토끼해의 마지막 토요일에 토끼띠 소리꾼 왕기석 명창이 부르는 토끼 이야기
토끼해의 마지막 토요일에 토끼띠 소리꾼 왕기석 명창이 부르는 토끼 이야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12.2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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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兎, 兎, 兎, 토선생 아니요?’

 올 한해 수고한 토선생들을 토닥이는 완창판소리, ‘왕기석의 수궁가’가 30일 오후 3시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정읍 출생의 왕기석 명창은 일찌감치 소리를 시작했던 형님들을 따라 자연스레 소리를 접하고 성장, 열여덟이 되던 해부터 본격적인 소리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1980년부터 3년간 국립창극단 연수단원을 거쳐 1983년 21세의 나이로 당시 최연소 정단원으로 입단해 남해성·정권진·박봉술·정광수·성우향·오정숙 등 당대 내로라하는 명창들로부터 소리를 배웠다. 꾸준히 자신의 소리를 갈고 닦으며 소리꾼으로 성장한 그는 소리인생 43년 동안 200여 편이 넘는 창극작품에서 주역으로 활동했으며 묵직하면서도 존재감 있는 역할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귀한 소리와 재능을 고향의 후배들에게 전하고자 30년간 활동했던 국립창극단을 정리하고 2013년 고향으로 내려와 전주마당창극을 제작해 많은 사람에게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 정읍시립국악단장, 국립민속국악원장으로 재직하며 국악의 저변확대와 문화예술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판소리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대중성 확보를 위한 수련과 노력도 지속했다. 2005년 제31회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13년 전주MBC 판소리 명창 서바이벌 ‘광대전 2’우승, 2014 KBS국악대상 판소리 부문 상과 종합대상, 2017년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화예술발전 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며 차곡차곡 예술의 길을 다져왔다. 2014년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수궁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돼 시대를 대표하는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판소리 ‘수궁가’는 전승되는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유일하게 우화적인 작품으로, 수궁과 육지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토끼와 별주부 자라의 이야기를 다룬다. 동물의 눈을 빌려 강자와 약자 사이의 대립과 갈등을 재치 있게 그려낸 ‘수궁가’에는 해학과 풍자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가 부르는 ‘수궁가’는 송흥록-송광록-송우룡-유성준-정광수-박초월(미산)-남해성-왕기석으로 이어진 소리다. 본래 동편제 소리이지만 서편제의 계면성이 조화를 이루어 상하청을 넘나드는 음과 화려한 시김새가 돋보인다.

 특히 창극 무대로 다져진 연기력 등 특유의 해학적인 면을 극대화시켜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는 ‘수궁가’를 만날 수 있다. 토끼 간을 구하러 나가는 자라에게 토끼 형상을 그려주는 ‘토끼화상’, 토끼 그림을 가슴에 품은 자라가 병든 용왕을 구하기 위해 비장한 마음으로 세상을 향해 나가는 ‘고고천변’, 자라의 감언이설에 속아 죽을 위기에 놓인 토끼가 살아 몸부림치는 ‘토끼 배 가르는 대목’은 왕 명창의 장기이자 수궁가의 눈 대목으로 꼽힌다.

 북은 최근 전라북도무형문화재 장단(고법) 보유자로 지정된 이상호 명고가 잡고, 최동현 군산대학교 명예교수의 해설이 덧붙여진다.

 왕기석 명창은 “올해가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지 20년이 되는 해이다. 판소리는 소리꾼과 귀명창들에 의해 유지되고 전승된다. 그러나 지금의 판소리는 과거에 비해 다소 침체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무엇보다 소리꾼들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소리꾼들이 각성하고 더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더욱 분발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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