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상서롭고 신령한 동물 ‘용’과 함께 출발하는 2024년
[신년] 상서롭고 신령한 동물 ‘용’과 함께 출발하는 2024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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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전해내려 오는 상징과 의미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용의 해’다. 용의 해는 무진(戊辰)·경진(庚辰)·임진(壬辰)·갑진(甲辰)·병진(丙辰)의 순서로 육십갑자를 순환한다. 십이지의 용(辰)은 방향으로는 동남동, 시간적으로는 오전 7시에서 오전 9시, 달로는 음력 3월을 지키는 방위신이며 시간신이다.

 용은 십이지 동물 가운데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그러나 실존하는 어떤 동물보다도 최고의 권위를 지닌 최상의 동물이다. 용은 많은 설화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해 왔는데, 그 설화의 양이 결코 적지 않다. 한 예로 ‘삼국유사’, ‘삼국사기’.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에 각종 설화가 기재되어 있고, 그 중에 86편의 설화가 용과 관련된 설화다.

 한국의 용에 대한 첫 기록은 주몽, 박혁거세 등 건국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용이 가진 장엄하고 화려한 성격 때문에 용은 왕권이나 왕위를 상징된다.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 임금의 덕을 용덕(龍德), 그 지위를 용위(龍位)라 하였고, 임금이 앉는 자리를 용상(龍床), 용좌(龍座), 임금이 입는 의복을 용의(龍依), 용포(龍袍), 임금이 타는 수레를 용가(龍駕), 용거(龍車), 임금이 타는 배를 용가(龍駕)라 하였으며, 심지어 임금이 흘리는 눈물을 용루(龍淚)라 하였다. 변화무쌍한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존재인 용은 왕권과 권력, 수신과 풍요를 상징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용을 상서(祥瑞)롭고 신령한 동물로 인식한다. 용은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자유 자재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숨기기도 한다. 용은 또 생명의 근원인 물을 상징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용이 하늘로 승천해 풍운을 일으켜 비를 내리게 하고 물과 바다를 다스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믿었다. 이에 따라 수신(水神)으로서 ‘용신’, ‘용왕’ 등 민속신앙의 대상이 되었고 지역별로 다양한 의례가 존재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뭄 때 지내는 ‘기우제’, 바닷가 마을에서 지내는 ‘용왕제’, 정초 우물가에서 행해지는 ‘용알뜨기’, 대보름 강가에서 용신에게 제물을 공양하는 ‘어부심’ 등이다.

 이에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용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해 신령스러운 능력을 가까이 두고자 했다. 복식과 건축, 그림, 도자기, 가구 등 여러 분야에서 용 문양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이유다. 지붕에 용마루를 설치하고 기와에는 용두(龍頭) 모양을 장식하여 화재를 막고 벽사(귀신을 물리침)를 나타내었다. 정초에는 용호(龍虎) 그림과 글자를 대문에 붙여 재액초복(除厄招福, 액을 물리치고 복을 빔)을 기원하였으며, 마을을 상징하는 농기에 용 그림을 그려 풍요를 희망하였다. 그림 속 용은 친근하고 익살스러운 형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문방사우(文房四友)나 문자도(文字圖)에 용 문양을 장식해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 출세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그 가운데 물고기가 변하여 용이 된다는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는 ‘입신출세’의 뜻을 지녀 격려와 응원의 의미로 많은 인기를 누렸다. 얼음이 갈라진 모습을 ‘용의 짓’으로 보고 그해 풍흉을 점쳤으며, 뜻한 바를 모두 이루었을 때 ‘용이 여의주를 얻은 격’이라고 하는 등 용 관련 풍속과 속담도 다양하다. 용은 생물학적 존재가 아니라 문화적 동물인 것이다.

 2024년은 ‘청룡의 해’로 청룡(靑龍)은 동쪽 방위를 지키는 수호신이자 만물이 근원인 물을 관장하는 수신(水神)의 성격이 강하다. 용이 갈구하는 최후의 목표와 희망은 구름을 박차고 승천하는 일이다. 우리 민족이 상상해 온 용의 승천은 곧 민족의 포부요 희망이다. 갑진년 청룡의 청량하고 신성한 기운을 듬뿍 받아 고난과 역경을 잘 이겨내고 활기차게 비상하기를 기대해 본다.

 <도움말 : 천진기 민속학자, 전 국립전주박물관장>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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