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정권, 독재 정당
독재 정권, 독재 정당
  •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3.12.2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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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덕 전북대 교수
이정덕 전북대 교수

한국이 1980년대 말부터 기적적으로 민주화를 이루고 2021년부터 선진국에도 진입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권력자들이 민주적인 선거로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권력 사유화가 심한 편이고, 선진국이라 감격했지만 다시 중진국으로 떨어질 판이라, 정말 걱정된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민주화 이후에도 매우 독재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이 전권을 휘두르고 편파적이고 강압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다. 통치자라는 표현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에 따라 다르지만, 정치인이나 관료나 언론이나 사업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검찰이나 감사원이나 국세청을 활용하여 후퇴시키거나 고소를 하거나 감옥에 보내는 경우가 나타난다.

관료든 정치인이든 반대파들은 이에 눈치를 보며 따르거나 조용히 입을 다물거나,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통치자가 여러 수단을 사용하여 강압적으로 반대편을 제압을 하거나, 반대파는 살기 위해 철저히 저항하다 보니, 우리나라 정치판이 서로 논의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보다 계속 심각한 싸움판이 되는 경향이 있다.

당에서도 보스(그게 대통령이든 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가 독재적으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보스에 따라 당이 매우 편파적이고 독재적으로 운영된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아첨을 하거나 눈치를 보며 따르거나 조용히 입을 다물어야 하며, 당내 반대파들은 공천을 주지 않을까봐 숨을 죽이거나 아예 세게 싸우거나 당을 나가버린다. 안나가면 이런저런 이유를 빌미로 경선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거나 탈락시키고 공천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총선 때마다 반대파들 상당 부분은 당을 나가 새로운 당을 만든다. 또는 다른 당으로 가거나 무소속으로 나온다. 그러다 보니 당대표나 당 중진이었던 사람도 나중에 보면 반대당에 가 있는 경우가 나타난다.

국가나 당을 독재적으로 이끌다 보니 매번 누가 지도자가 되느냐에 따라서 반대파들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나 당대표의 권한은 독재를 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대통령이 되면 정말 모든 권력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 정당권력도 비민주적으로 되어 있어 국민이나 당원이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는 것에 앞서서 온갖 규정을 바꾸고 조작하여 반대파들을 미리 쳐내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이나 당대표가 너무 커다란 독재권력을 차지하게 되니 대통령이나 대표를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다. 반대편이 독재권을 확보하면 내가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같은 당내에서도 목숨을 걸고 싸우다 보니 한때는 같은 편이었더라도 적처럼 갈라진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당대표의 독재권력을 분산하여 서로 논의하고 타협하고 공존하며 평화롭게 다수결에 의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여 독재가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권한이 분산되어 작동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당도 당대표의 독재권력을 분산시켜 강압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치적 논의와 설득과 타협을 통해 다수결을 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당론도 없애고 공천에 당 지도부의 개입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당원이나 국민의 경선을 통해서만 공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위를 바라보고 줄을 서고 아첨하는 대신, 아래를 보고 당원이나 국민에 더욱 신경을 쏟아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집중할 것이다.

현재의 대통령이나 당대표의 독재권력은 너무 위만 바라보게 만들고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어 빨리 이들의 독재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체제와 당체제를 고쳐야 한다. 독재권력이 잠시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갈등을 심화시켜 나라나 당을 혼란에 빠트린다. 한국이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제 독재권력을 바꿀 때가 되었다.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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