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남원에 살고 있는 최장기 현역 개그맨 전유성의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지금은 남원에 살고 있는 최장기 현역 개그맨 전유성의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12.2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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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1호 개그맨 전유성의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비밀이 밝혀진다. 전유성 특유의 쿨함과 따뜻함, 웃음과 눈물이 절묘하게 공존하는 에세이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허클베리북스·1만6,600원)’이 나온 것. 그의 데뷔 55주년을 앞두고 출간된 이 잡담집은 엉뚱하면서도 창의적이다.

 현재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 사는 저자는 시골살이로 생기는 ‘심심한 시간’들을 대부분 “공상하고 착각하고 구라치고 헛소리도 하고 아재 개그도 만들어보며” 보낸다. “이 일대 땅 다 아버님이 샀다고 소문났다”는 사위에게 “그래? 그게 어디냐? 내가 산 땅 나도 구경 한번 해보자”고 농을 치기도 하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후배의 전화에 “나 복국집인데, 이리 와 같이 먹자”고 응답하기도 한다. ‘학교 선생님들도 학생들이랑 같은 문제로 시험 보게 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바다 위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부표에 ‘생명보험 드신 분만 넘어가세요’라고 적는 상상을 한다.

 그가 하는 농담과 공상을 낄낄거리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것들이 결국 그의 인생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유성식 발상법의 기본자세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물음표를 붙이는” 데서 시작한다. 그는 “남이 만들어 놓은 룰을 따르기만 하면 새로운 일은 벌일 수 없으며 남이 안 해본 일을 하려면 룰은 내가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도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는” ‘삶치’들에게 한 번뿐인 인생을 ‘나’답게 살아가라고 보내는 그 나름의 응원인 것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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