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영과 함께 떠나는 생태 환경문학 기행(3) 새를 사랑하며, 새를 그리워하며
장창영과 함께 떠나는 생태 환경문학 기행(3) 새를 사랑하며, 새를 그리워하며
  • 장창영 시인
  • 승인 2023.12.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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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었음직한 이름이 있다. 바로 우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성호 박사이다.

 그가 하는 새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그 이야기에 흠뻑 빠져 들다가도 현실에서 저런 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지독하다 못해 처연하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일이 저리도 슬픈 일이었던가 싶을 정도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동고비와 함께 한 80일』만 해도 그가 산에 살다시피 하면서 쓴 책이다. 그는 새를 관찰하기 위해 직장에 휴직하고 석 달 여를 산에서 움막을 짓고 살았다. 그래서인지 책갈피 갈피에는 새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스러움이 묻어난다.

 새의 성장 과정, 일투수 일투족을 세밀히 관찰해야 하는 일이어서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온전히 새와 저자,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자연이 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이 책을 쓰는 동안 저자는 보통 책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다른 글쓰기보다 시간과 공력이 많이 들었음은 당연하다.

 식물이야 정해 놓은 자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일기와 기상 조건만 맞으면 대체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에 비해 새는 차원이 다르다. 새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열심히 달려가 보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비와 새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사기꾼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은 흔하다.

 새의 육아 과정이나 먹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 동안 인내를 감내해야 한다. 날개가 있는 짐승이 쉽게 곁을 내줄 리가 없다. 그건 학자로서 뿐만이 아니라 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일반인들이라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혹독한 환경에 자신을 내몰았다.

 한 예로 겨울이면 찾아드는 귀한 철새인 두루미가 이동하는 것을 보기 위해 시작한 관찰이 새가 우리나라를 떠날 때까지 계속 이어지는 식이다. 강원도 철원에 두루미를 보기 위해 영하 20도 혹한에 한나절 남짓 있어 본 나로서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에게는 새를 만나는 것이 세상을 만나는 일이었고, 그 결과물로 나온 책과의 인연으로 그는 사람들에게 새의 생태와 생활 방식을 소개하면서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다. 그가 밝혀낸 새의 삶과 사랑, 생명 넘치는 현장 이야기들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사랑받기를 기대한다. 어쩌면 그가 새를 관찰하기 위해 보냈던 위장막과 움집에서의 기나긴 고독의 시간은 다른 이들이 슬쩍 지나가면서 본 걸로는 비교 불가한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최근 들어 철새 동호회가 많아졌다. 우리 지역의 만경강과 서산 방조제, 새만금 갯벌에도 새를 좋아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중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도 제법 눈에 띈다. 핸드폰과 유튜브에 푹 빠진 아이들로서는 살아 움직이는 자연의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특히 1시간 남짓한 거리에 그런 관찰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사실도 감사할 일이다.

 

 장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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