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로부터 벗어나기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로부터 벗어나기
  •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3.12.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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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동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현대인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품 중의 하나가 스마트폰이다. 사람들은 검색, 동영상 시청, SNS, 사진(동영상)촬영, 스케줄관리, 뉴스확인, 현금거래, 쇼핑, 음식배달, 메시지, 메모, 알람시계, 지갑, 신분확인, 모빌리티 서비스, 의료서비스 등 거의 모든 일상생활을 스마트폰 조작만으로 할 수 있다. 이러한 스마트폰의 편리함과 높은 접근성 때문에 남녀노소할 것 없이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깨어나면서부터 잠들 때까지 집, 직장, 지하철, 거리 등을 불문하고 모든 공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재미있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한없이 제공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예전에 재미있다고 느꼈던 소소한 일상생활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져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예전에는 많은 정보를 가족 간의 대화나 학교, 경험이 많은 어른으로부터 얻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기업들은 앱과 웹사이트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각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상품·광고·뉴스·게시물을 등을 지속적으로 추천해 주어 사용자들이 앱과 웹사이트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식사시간에 가족 간에 나누었던 일상적인 대화도 점점 없어지고 밥을 먹으면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가족간의 유대도 점점 옅어져 가고 있다. 친구들간의 대화도 사교를 위한 모임도 점차 흥미를 잃어 끊임없이 자극만을 추구한 삶을 살고 있다.

영유아가 있는 부모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나 부모들이 영유아들을 얌전히 있게 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다양한 동영상을 보여주는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모가 과도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부모와 영유아간의 교류가 중단되고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영유아는 본능적으로 부모와의 친밀성을 추구한다. 부모와 관계를 맺으면서 육체와 정신이 성장하고 말을 배운다. 그런데 부모가 과도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 자녀에 대한 주의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영유아와의 대화가 방해된다.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은 부모와 자녀 사이의 교류가 중단되고,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을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라고 한다.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는 ‘기술(Technology)’과 ‘간섭(Interference)’의 합성어로 스마트폰·태블릿 같은 장치에 의해 소통에 장애가 일어나는 현상을 뜻한다.

또한 영유아가 어린시절 때부터 스마트폰에 자주 노출되면 정보를 기억하고, 사고하며, 판단하는 뇌의 기능이 손상될 수 있다. 이로 인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나타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함으로 인해 수면부족이나 거북목 같은 신체적인 문제도 초래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기에 전자기기 화면 노출 시간을 하루에 2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만 2세 이하 영유아는 전자기기 화면에 노출시키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빠지는 이유 중 하나로 SNS를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SNS에 자신의 게시물을 올려놓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 게시물이 ‘좋아요’를 받으면 기쁨을 느끼게 되고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 위해 게시물을 계속 올리게 된다는 것이다. ‘좋아요’를 원하는 욕구는 뇌의 신경세포 사이에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통해 쾌감을 느끼려는 행동이다. 강력한 도파민에 노출되면서 생기는 내성은 정신건강에까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평소 우울증, 불안증, ADHD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에 더욱 취약하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테크노퍼런스(Technoference)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가 필요하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digital)과 해독(detox)의 결합어로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 SNS 등에 대한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디톡스는 스마트폰을 무조건 멀리하라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잠깐이라도 내려놓자는 것이다. 디지털 디톡스를 하려면 활동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독서, 명상 등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관해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다보면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다.

독서를 하는 경우에도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읽는 것이 좋다. 명상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힐링센터나 숲속치유센터를 이용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요일을 정해놓고 시간관리 앱을 통해 스마트폰 이용습관을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자발적으로 스마트폰 중독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우면 전문가 상담 및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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