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58> 포도주와 두통의 이유를 알고 보니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 <58> 포도주와 두통의 이유를 알고 보니
  • 이강희 작가
  • 승인 2023.12.17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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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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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패러독스라는 말이 있다. 기름진 음식을 먹더라도 같이 마시는 포도주 덕분에 건강을 유지한다는 게 요지다. 이를 빌미로 프랑스는 포도주를 많이도 팔아서 수익을 냈다.

포도주 안에 든 붉은색을 내는 항산화물질이 우리를 건강하게 만드는 요소다 보니 적절히 마시면 심장병을 비롯해 혈액순환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게 지금까지의 이유가 되었었다. 포도주를 마시는 사람에게 건강하기 위해서라는 위안을 얻도록 하여 꾸준히 소비하도록 만들었다.

포도주를 마시면 유난히 얼굴의 홍조, 두통, 메스꺼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를 두고 여러 가지 설왕설래하던 중 최근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포도주에 있는 퀘르세틴(quercetin)이라는 물질이 증상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이해하려면 항산화물질에 대한 개념과 알코올 분해 과정을 알아야 한다.

항산화물질(抗酸化物質, Antioxidant)은 말 그대로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 물질의 총칭이다. 그래서 산화방지제로도 불린다. 산화의 다른 표현은 노화다. 결국 항산화물질이라는 것은 세포의 노화를 예방하는 물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퀘르세틴이 바로 항산화물질이다.

우리가 마시는 알코올은 에탄올이다. 에탄올이 우리의 몸에 들어오면 안전을 위해 분해를 한다. 이때 활동하는 장기가 ‘간’이다. 간에서는 알코올의 약 90%가 분해된다. 알코올의 분해를 위해 ADH(Alcohol dehydrogenase, 알코올 탈수소효소)가 나와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시킨다.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 이하 AL)는 AL를 분해하기 위한 효소 ALDH(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 Acetaldehyde dehydrogenase)에 의해 무독성 아세트산으로 대사된다.

앞서 언급한 포도주를 마신 뒤의 증상은 술을 마셨을 때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으로 술의 주요성분인 에탄올에서 AL로 분해되었을 때 AL이 증상을 유발한다. AL의 분해가 늦으면 증상이 나타나고 AL의 분해가 빠르면 이런 증상을 잠시만 느끼거나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USA의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앤드루 워터하우스 교수팀에 의하면 항산화물질인 퀘르세틴이 혈액에 들어가면 ‘퀘르세틴 글루쿠로니드(quercetin glucuronide, 이하 Q)’로 바뀐다고 한다. 퀘르세틴이 없는 술에서는 적절한 시간이 지나면 알코올이 아세트산으로 대사되지만 퀘르세틴이 있는 포도주는 Q의 방해로 대사 속도가 늦어진다고 한다. 결국 Q에 의해 AL이 아세트산으로 대사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대사되지 않은 AL가 축적되면서 더 오래 증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워터하우스 교수는 퀘르세틴이 건강에 유익하더라도 알코올과 함께 대사가 이루어질때에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했다.

플라바놀 성분 중 하나인 퀘르세틴은 햇빛에 반응해 물질을 만든다. 햇빛 노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포도주를 발효하거나 숙성, 여과 등의 과정에서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

 

글 = 이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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