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의 법관평가가 필요한 이유
변호사의 법관평가가 필요한 이유
  • 김학수 전라북도변호사회 회장
  • 승인 2023.12.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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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김학수 전북지방변호사회 회장

매년 12월이 되면 전국의 지방변호사회는 소속 변호사들이 관내 법관에 대하여 평가한 결과를 발표한다. 올해도 전라북도변호사회는 도내 법관에 대한 평가결과를 발표하였는데 평가항목은 공정, 품위·친절, 신속·적정, 직무성실 4개 분야에 총 10개 세부항목으로 구성하였다.

재판의 결과에 이해관계를 가진 변호사가 법관을 평가하면 공정성과 객관성을 믿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재판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고, 변호사는 그 중 어느 한쪽을 변호하게 되므로 재판결과가 좋은 경우에는 좋은 평가를 하고,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나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변호사는 같은 법관에게 여러 건의 재판을 받으면서 결과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변호사들은 1년간의 모든 재판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사법서비스를 받은 국민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재판의 결과 때문에 법관평가가 상반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더구나 법관평가는 여러 변호사가 평가한 점수로 산정하며 여기에는 좋은 결과를 얻은 변호사와 나쁜 결과를 얻은 변호사의 평가가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 평균점수는 평가에 참여한 모든 변호사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실제로 변호사들의 법관평가결과를 종합해보면 재판진행과 판결내용에 설득력이 있는 법관이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고 평소에 변호사들 사이에 평이 좋지 않았던 법관이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것을 확인하게 된다. 한편, 변호사들은 자기가 높은 점수를 준 법관이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고, 낮은 점수를 준 법관이 하위법관으로 선정된 것을 보며 자신이 했던 평가가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친 것이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누구나 보는 눈은 비슷하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이 일반인에 비하여 재판을 많이 경험하고 법관의 업무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법적 지식이 있기 때문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법관을 평가하는 것이고, 근본적으로는 사법수요자인 국민을 대신하여 평가할 뿐이다. 법관평가를 단순한 인기투표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사법에 대한 신뢰는 재판과정에서 드러나는 공정한 태도, 품위있고 친절한 말투, 신속하고 적정한 재판진행,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유와 결론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재판결과가 좋다고 해도 재판과정에서 어느 한쪽을 편드는 듯한 태도, 까칠하거나 고압적인 말투, 하염없이 지연되는 재판진행, 성의없고 엉성한 판결문은 국민들에게 “좋은 재판”이라는 신뢰를 줄 수 없다. 재판과정에서 나쁜 재판을 경험한 국민들은 ‘이번 재판은 어쩌다 운이 좋아서 이겼지만 혹시라도 판사 잘못 만나면 인생이 끝장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사법신뢰를 무너트리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것을 싫어한다.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을 때 서운하거나 수긍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1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법관평가를 통해 법관들도 자신을 객관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할 것이며, 그런 과정을 통해서 사법신뢰도 높아질 것이다.

매년 이루어지는 법관평가결과는 대법원과 법원장에게 통보되고 각 법관에게도 개별적으로 송부된다. 좋은 평가를 받은 법관들은 자신이 좋은 재판을 하였다고 자부하게 될 것이고, 낮은 평가를 받은 법관들은 자신의 재판진행을 되돌아보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전년도에 낮은 평가를 받았던 법관들의 법정태도와 재판진행이 개선되는 것을 보게 된다.

변호사들의 법관평가가 완벽한 수단은 아닐지 몰라도, 그것이 사법신뢰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며 효과적인 방법인 것은 분명하다.

김학수 <전라북도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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