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빙고에서 나눔 냉장고까지
석빙고에서 나눔 냉장고까지
  • 박은숙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 승인 2023.12.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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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br>
박은숙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석빙고는 조상의 슬기와 지혜가 담긴 냉장고이다. 얼음 운반이 쉽도록 강이나 개울 주변에 만들었으며, 얼음 녹은 물이 흐르도록 바닥을 경사지게 하고 배수로도 만들었다. 단열을 위해 봉토로 덮었으며 외부에는 잔디를 심었다. 석빙고 크기는 길이 13m, 넓이 4m가 넘었다. 저장한 얼음은 여름에 왕실 제사나 궁궐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고, 고위 관료에게 하사도 했다. 서양에서는 높은 산에서 가져온 눈을 벽 사이에 넣고 짚, 흙 등으로 열을 차단하여 포도주를 보관했고 전투 승리의 하사품으로도 제공하였다. 중국에서는 지하 17m에 커다란 토기 단지를 묻어두고 신하들에게 얼음을 하사했다.

가정용 냉장고는 1913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에서 최초로 만들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부터 생산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구당 냉장고 보급률은 일반냉장고 1.0대, 김치냉장고 0.7대로, 가구당 약 2대의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다. 냉장고의 종류도 다양해져 포도주 냉장고, 화장품 냉장고, 쌀 냉장고도 출시되고 있다. 포도주 냉장고는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적정 보관 온도를 각각 유지시켜 와인 애호가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냉장고는 점점 진화되어 2도어 3도어, 4도어, 5도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정수와 얼음이 나오며, 웹 기능도 첨가되었다. 추운 겨울에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냉장고 덕분이다. 냉장고의 주된 기능은 식품을 낮은 온도에 보관하는 것이다.

냉장실에 둔 음식은 안전할까? 냉장실은 약 5℃를 유지하는데, 저온에서는 식품 성분의 산화와 분해 등 화학 반응 속도가 감소하므로 식품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한편, 세계위생협회의는 가정용 냉장고의 40%는 세균과 곰팡이에 오염되어 있다고 보고했다. 식중독은 식품 또는 물의 섭취로 발생하는 감염성 또는 독소형 질환으로, 식중독의 원인은 약 80%가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다. 노로바이러스(Norovirus) 식중독은 미국 오하이오주 Norwalk 지역에서 집단적으로 발생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구토, 설사, 복통, 오한, 발열이 나타날 수 있다. 냉장고 내부가 오염되면 세균과 바이러스로 인해 식중독이 발생하기 쉽다.

그렇다면 냉동실에는 식품을 오래 보관해도 괜찮을까? 냉동 상태에서도 식품의 성분은 변하므로 오래 보관하지 않아야 한다. 식중독균은 냉동 상태에서도 사멸하지 않으므로 해동한 식품을 재냉동하는 것도 위험하다. 냉동 상태에서 증식이 억제됐던 세균이 해동과 재냉동하는 동안 빠르게 증식한다. 냉동 식품을 상온에서 해동하면 세균 번식이 용이하고 수분이 용출되어 식품의 품질도 떨어진다. 따라서 식품을 해동할 때에는 냉장실에 두거나, 식품을 밀봉하여 흐르는 물에 담그거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냉동실의 온도는 영하 18℃ 이하를 유지하도록 문을 자주 여닫지 않아야 한다.

냉장고에 식품을 보관하는 상태는 가족의 건강과 직결된다. 식품은 가져오자마자 냉장실 또는 냉동실에 넣어야 한다. 냉장고 용적의 70% 정도만 식재료를 넣어야 한다. 구입한 식품은 종류별로 비닐봉지 등 밀폐용기에 담아 서로 접촉하지 않도록 보관한다. 특히 육류, 생선은 먹을 만큼씩 담아서 흘러나오는 즙이 다른 식품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한다. 조리한 음식을 보관할 때에는 60℃이상이나 10℃ 이하에서 보관하며, 날 음식이 가열 조리한 음식에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냉장 보관했던 음식은 70℃ 이상에서 3분 이상 재가열하여 섭취한다. 냉장고를 청소할 때에는 장갑을 끼고 냄새가 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버린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냉장고에 필요한 양만큼만 보관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나눔 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다. 나눔 냉장고란 주민이 식품을 제공하고 필요한 이웃이 가져가는 냉장고로, 홀로 사는 어르신이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을 위한 냉장고이다. 석빙고는 왕실에서 하사하는 수직적인 냉장고였다면, 나눔 냉장고는 이웃과 함께하는 수평적 냉장고이다. 가정에 있는 냉장고를 비우고 나눔 냉장고를 채우는 것은 가족의 건강도 챙기고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도 전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박은숙<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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