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74) 윤수천 시인의 ‘12월 앞에서’
[강민숙의 시가 꽃피는 아침] (174) 윤수천 시인의 ‘12월 앞에서’
  • 강민숙 시인
  • 승인 2023.12.10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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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앞에서’
 

 - 윤수천 시인
 

 저무는 것은 세월만이 아니네
 함께 살아온 당신의 그림자도 저무네
 우쭐대던 여름날의 푸름도
 기활 좋던 다리의 근육도 풀리는
 12월
 

 마지막 한 잔의 술을 마저 따르고 나면
 떨리는 손만큼 저려오는 회한과
 타는 노을빛 속의 저 강물
 당신의 눈물을 보네
 

 아, 돌아보지 말게나
 인생은 누구나 빈껍데기
 두고 갈 것은 봄날의 추억뿐
 그리운 것들아!
 아름다운 것들아!
 

 <해설>  

 12월을 마주하면 많은 사람이 허무감에 젖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곳곳을 화려하게 불빛으로 장식하여 어둠을 걷어내고 흥겨운 노래로 빈 가슴을 채우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시인도 12월을 “함께 살아온 당신의 그림자도 저무네”, “우쭐대던 여름날의 푸름도/ 기활 좋던 다리의 근육도 풀리는/ 12월”, 을 한 해를 걸어온 다리의 근육이 풀리는 고단한 나그네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마지막 한 잔의 술을 마저 따르고 나면/ 떨리는 손만큼 저려오는 회한과/ 타는 노을빛 속의 저 강물/ 당신의 눈물”까지 섞어졌기 때문에 12월은 회한과 눈물이 겹치는 계절입니다. 그렇지만 아픈 날을 더 이상 돌아보지 말라고 하네요. 어차피 “인생은 누구나 빈껍데기/ 두고 갈 것은 봄날의 추억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12월에는 “봄날의 추억”을 되돌아보라고 권유하나 봅니다. 가장 빛났던 시절을 돌아보면서 새날을 맞이하면 희망이 보일지도 모르니까요. 

 이제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가 12월을 설정해 놓은 이유는 매듭을 잘 지으라는 뜻이었을 겁니다. 한 해 동안 “그리운 것들” “아름다운 것들”을 돌아보면서 회한(悔恨)과 슬픔을 씻어내고 몸과 마음도 건강한 한해 맞이했으면 합니다.
 

강민숙 시인

 강민숙 <시인/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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