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소멸하는가
한국은 소멸하는가
  •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 승인 2023.12.07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정희 전북성교육문화센터장
전정희 전북성교육문화센터장

미국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섯은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 저출산의 실태를 충격적으로 언급했다. 흑사병이 창궐해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3분기 합계 출산율은 0.7명으로 불과 얼마 전 0.78명에서 더 내려갔다. 2060년대 말까지 인구가 3,500만 명 미만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통계청의 예측은 한국 사회를 위기에 빠뜨리게 될 비관적 미래를 담고 있다.

다우섯은 ‘노인 세대의 방치, 광활한 유령도시와 황폐화된 고층 빌딩, 고령층 부양 부담을 회피하는 젊은 세대의 해외 이민, 군 전력의 약화’를 그 결과로 지적했다.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결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외국의 학자까지 나서서 경고하고 있는데도 우리 정치는 아직 그 심각성을 처절히 느끼는 것 같지 않다. 다른 일은 그렇게 독불장군처럼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붙이면서 정작 저출산 문제 앞에 서면 작아진다. 눈뜨고 모두 천길 낭떠러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전라북도 역시 도내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2년 뒤에는 1만 명이 붕괴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갈수록 감소의 폭이 커져서 10년 전과 비교하면 32% 가까이 줄어들었다. 올해 전북지역에는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는 학교가 모두 27곳, 전교생 10명 이하인 학교도 31곳이나 된다. 폐교의 수가 늘고 결국 지역소멸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저출산의 원인에 대한 조사와 분석은 차고 넘친다. 젊은이들이 왜 결혼을 안하는가,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를 몰라서 여전히 출산 절벽과 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가 실시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저출산 원인으로 경제적 부담 및 소득 양극화와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점점 팽창해서 온갖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젊은이들은 당연히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모여들고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결혼도, 출산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영끌족들에게 빚내서 집 사게 하고, 그 결과 고금리로 인한 빚에 허덕이고 있는데 어떻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겠는가.

아이를 기르면서 겪게 되는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교육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숨막히는 경쟁사회에서 부모들은 학원이라도 보내야 안심한다. 가정경제에서 과도한 사교육비로 인한 위험신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부모의 노후를 갉아먹는 일이지만 그 대열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높은 입시 장벽과 기형적 교육은 청소년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 또한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양가 부모님에게 의지하기도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보육시스템이 충분히 갖추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힘겹게 아이를 키우다가 결국 경력단절여성이 되거나 한 자녀에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연구와 조사, 선진지 방문을 통해 축적해 놓은 결과를 토대로 정부는 최우선적으로 국가 소멸의 위기를 타개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위원장은 대통령이다.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고 중요할 뿐 아니라 관련된 정부 부처가 워낙 많아서 대통령이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나경원 사태처럼 기후위기 대사와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을 겸직시키는 안이한 현실 인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국가 소멸이라는 잿빛 미래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은가.

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