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우리말 오가는 연말 되었으면
정겨운 우리말 오가는 연말 되었으면
  • 김기수 우석대·원광보건대 평생교육원 인문리더십 전담교수
  • 승인 2023.12.0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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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전북리더십연수원장
김기수 전북리더십연수원장

우리말 표현력은 새로운 내러티브(Narrative)시대, 서사적 말하기 시대로 접어들었다. 우리는 태어나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언어란 수단을 통해 의사표현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일과를 보내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말을 하면서 생활한다. 심지어 신생아들은 엄마 뱃속에서도 의사표현을 한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말 대화 가운데는 응댓말이 있다.

이 대화법을 터득하면 예의와 인품을 갖춘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언어 예절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갈등을 피하고 상호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 대화를 해보면 개인의 품성과 지적능력은 물론 그들이 소속돼 있는 조직의 특성과 문화적 수준까지 가늠할 수 있다.

언어 예절은 남에 대한 배려에 앞서 자신의 품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존중받는 응댓말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첫째, 존댓말이 원칙이다. 상대를 보고 적절한 경어(敬語)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악의가 없었다고 아무리 변명해도 이미 소용없는 일이다.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인간다운 존경이나 친절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존댓말이다. 경어를 쓴다고 해서 비굴해진다고 생각하거나 상대방에게 끌려가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비굴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상대에 따라 말을 가려 해야 한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투에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친한 사람끼리 또는 아랫사람인 경우에는 ‘해라’의 명령조가 있다. 보통 대화에서는 ‘하시오’ 가 있고, 윗사람이나 정중한 대화에서는 ‘하십시요’를 써서 존댓말을 쓰게 된다. 예를 들면 ‘저놈 밥 먹었나?’,

‘저 사람 식사 했어요?’, ‘저 분 진지 드셨어요?’라는 세 가지에는 상대에 따라 쓰는 말투의 유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어는 ‘말과 문체’를 합해서 쓰는 존댓말이다. “시장하시겠습니다” 하면 될 것을 “배가 고프시겠습니다”하는 것은 잘못이다. 말과 문체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존경과 조심하는 심정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대응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경어(敬語)이다. 경어는 일반적으로 존경어, 겸양어, 공손어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존경어는 상대방과 관계있는 사물에 대해서 존대해서 말하는 존댓말이다. 겸양어는 자기와 관계있는 사물에 대하여 겸손하게 말하고 자세를 낮추는 말이다.

공손어는 사물을 정중하게 표현하여 간접적으로 상대방에게 경의를 표시하는 말이다. 이 세 가지를 바르게 쓰지 않으면 상대방을 존대하는 마음은 전하지 못하고 말도 똑똑히 하지 못하는 교양 없는 사람으로 찍힌다.

셋째, 친절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해야 한다. 말의 바탕이 차갑고, 메마르고 쌀쌀한 ‘응대 용어’의 사용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요즘 말로 ‘까칠한’ 말투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상대방의 의견을 부정하거나 비난할 때도 진정성을 갖고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는 하는 용어를 사용하면 상대도 반감을 덜 갖고 원만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시원하고 산뜻한 용어 중에 “네!” 하는 응답이 있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네” 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솔직하게 대답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네, 시정하겠습니다”, “네, 즉시 실행하겠습니다”와 같이 사심 없이 상대방의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좋다.

호칭 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유교문화가 근간인 우리나라에서 호칭은 인간관계의 기준이며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인지 모른다. 직책이나 직함을 부르는 것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조직 내부의 사람을 손님에게 말할 때는 경칭을 생략해야 한다. ‘우리 과장님’이 아닌 ‘우리 과장이’ 좋다. 상대방을 최대한 높여 주는 말은 ‘아가씨’보다 ‘아가씨께서’가 좋다. ‘저희’와 ‘우리’가 있는데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소속이 같으면 ‘우리’, 다르면 ‘저희’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대화법이다.

우리말은 세계 언어 가운데 경어가 가장 잘 발달한 언어로 꼽힌다. 실생활에서 존칭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는 반증이다. 상대와 상황에 맞는 존칭어를 구사하면 대화는 매끄럽고 인간관계는 돈독해진다. 많은 덕담이 오고가는 연말연시다. 정겹고 좋은 말이 풍년을 이뤄 인간관계가 더욱 돈독해졌으면 한다.

 

김기수 <우석대학교·원광보건대학교 평생교육원 인문리더십 전담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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