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구를 지킬래요 11-‘김장의 탄생’
우리가 지구를 지킬래요 11-‘김장의 탄생’
  • 진영란 진안초 교사
  • 승인 2023.12.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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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을 살리는 사계절 마을 나들이
 

 1. 배추가 이렇게 컸다고요?

 곶감을 깎으러 다시 찾은 학동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의 마음은 생태텃밭정원에 가 있다. “여름에 배추가 잘 컸을까?”“우리 텃밭에 키운 배추처럼 벌레가 먹지는 않았을까?”

 지난 여름의 끝자락에 심었던 우리들의 배추는 가뭄과 벌레의 공격을 이기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우리가 심은 배추가 이렇게 컸다고요?”

 볕 좋은 10월 곶감이 주렁주렁 열린 학동마을을 마음에 담은 아이들은 11월의 김장을 고대하며 군침을 삼킨다.

 2. 배추 배달이요~!보통의 김장체험은 절여진 배추에 김칫소를 발라보는 10분 남짓의 행사다. 그러나 학동마을의 김장은 달랐다. 고추 모종을 심고, 고추를 따고, 배추를 심고, 배추를 돌본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밭에서 배추를 수확해서 수레에 싣고 체험장까지 1킬로미터 가까운 거리를 이동해야한다. “안 될 줄 알았는데, 우리가 배추를 무사히 싣고 왔어요!” “선생님, 수레 한 번만 더 해보면 안 돼요?” 배추를 뽑고, 나르는 과정 자체가 즐겁고 신이 나는 우리들이다.

 3. 학범아! 울어?

 생전 처음 칼을 잡고 배추에 칼집을 내고, 반을 갈라, 굵은 소금을 뿌려 배추에 간을 한다. 하나라도 더 하려고 초 집중을 한 아이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이제 쪽파를 다듬을 차례다. 내일 김칫소에 넣을 쪽파를 다듬는 손놀림이 야물다. 한쪽에서 뿌리를 자르고, 겉잎을 벗겨낸다. 누른 잎까지 야무지게 떼어내다, 난생 처음 매운 맛을 본다.

 “학범아! 울어?”열심히 쪽파를 다듬던 학범이가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다시 쪽파 다듬기 삼매경에 빠져든다.

 4. 맵지만 맛있어요! 김장 이틀째, 마을 어르신들이 김칫소에 들어갈 재료들을 준비해 주시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소를 만드신다. 10가지가 넘는 재료들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건 어제 다듬은 쪽파다. 젓갈이 들어가고, 익숙한 김치 냄새가 우리를 감싼다. “와! 맛있겠다. 빨리 먹어보고 싶어요!” 침샘이 폭발한 우리들을 위해 겉절이를 버무려주신다. 방금 탄생한 겉절이와 어르신들이 정성껏 준비해 주신 수육의 조합은 이 세상 맛이 아니다. 평소 김치라면 거들떠보지 않던 아이들이 접시를 말끔히 비워낸다.

 “맵고 짠데, 그래도 엄청 맛있어요!” 우리가 심고 따서 말린 고추이고, 간도 직접 자기 손을 한 것인지라 맵고 짜도 용서가 되는 모양이다.

 5. 내년에도 꼭 와야겠어요!

 비가 오고 날이 추워져서 고무장갑을 낀 손이 깨질 듯 아팠지만, 가족과 함께 먹을 생각을 하니 꾹 참고 김장을 했다는 아이들! 각자 김칫소를 정성껏 발라서 여섯쪽씩 통에 담는다. 따로 시키지 않았는데 어찌나 야무지게 눌러 담는지 보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고춧가루가 덕지덕지 붙고, 젓갈냄새가 밴 옷을 입고, 무거운 김치통을 든 아이들은 오늘 세상에서 가장 맛나고 건강한 김치를 가족과 함께 나눠 먹을 생각에 행복하기만 하다.

 학동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경험하며 직접 담근 김장 덕분에 우리는 철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 몸을 살리는 먹거리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경험했다.

 “선생님! 진짜 고추랑 배추를 심다니! 아이들이 제대로 김장을 했네요! 학동마을 김장프로젝트 좋아요. 내년에도 사계절 마을 나들이 꼭 와야겠어요!”옆 반 짝꿍 선생님의 마음까지 빼앗은 학동마을의 매력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몸소 깨닫게 해주는 ‘당연한 삶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진영란 진안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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