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類類相從), 바보들의 합창
유유상종(類類相從), 바보들의 합창
  • 송일섭 염우구박인문학교실 운영자
  • 승인 2023.12.06 15: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산 칼럼니스트의 한번 더 깊은생각
송산 칼럼니스트의 한번 더 깊은생각

김경일 심리학자는 “이질적인 사람들이 모여 수평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곳이 가장 이상적인 사회”라고 하더군요. 하나같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은 휴화산처럼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가 담긴 곳입니다. 순간적으로 일의 능률을 도모할지는 몰라도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다양한 접근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깊이 성찰하지 않은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의 판단이나 의견에 맹목적으로 추종한다면 우리는 때로 엉뚱한 방향으로 떠밀려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훌륭한 지도자는 일의 완벽한 도모와 효율의 극대화를 위해서 끊임없이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다양한 사고와 가치를 지닌 사람이 많을수록 문제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살펴 최선의 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양성을 무시하거나 차단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위험한 징후입니다. 특정한 몇 사람이 주도하는 단체나 집단에는 냉엄한 원칙이나 기준 없이 늘 집단적 광기가 넘쳐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일방적 독주를 막고, 사회의 안정적 유지와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 다양성을 존중하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곳이 너무 많습니다. 끼리끼리 속닥거리면서 일을 만들기도 하고 세를 과시하듯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멀리 갈 것 없이 군사정권의 폐해를 떠올려 보십시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군사문화가 만들어놓은 어두운 그림자는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수많은 사건 조작, 의문사, 인권침해, 상생 가치가 실종된 일방적 노사관계, 승자독식의 패권주의가 오랫동안 우리를 두렵게 했습니다.

어느 사회든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힘이 세고, 건강해집니다. 어떤 학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엄격한 규율과 군사력을 갖춘 일본이 패망한 이유를 다양성의 부재에서 찾기도 하더군요. 한 지휘관의 어리석은 명령에 가미카제 특공대 같은 바보들의 합창, 그 충성 맹세가 돌이킬 수 없는 패배의 늪에 들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미군은 언뜻 보면 군기가 엉망인 오합지졸의 군대이면서도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휘하였는데, 바로 그 힘은 다양성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도되는 단일 대오의 유유상종을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옵니다. 그릇된 선택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 하나 내지 못하고 엉거주춤 따라가는 모습이 그렇게 추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특히 국회의 인사청문회나 각종 의혹 사건에 대한 질의응답에는 뻔한 일을 감춘 채, 유유상종으로 소리 높여 합창하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무엇을 위하여 패거리가 되어 몰방 충성 경쟁을 하는지 답답할 뿐입니다. 사안의 본질을 비켜서서 마치 하수인처럼 감추고 변명하는 것은 이제 너무 흔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장기적인 종합계획 하나 없이 소모전을 벌이는 것도 다양성 부재에서 생긴 파열음입니다. 그것이 어쩌면 충성 경쟁이라도 되는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유유상종은 바보들의 합창일 뿐입니다. 잘못되면 밀려 나갈까 걱정 되는지 더욱 굳세게 움켜쥐는 모습에서 깊은 연민이 일어납니다. 자신의 영달에만 눈멀어 있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위아래 할 것 없이 한 몸으로 묶여 수렁에 빠져 흐느적거리고 있습니다. 구성원은 개인적으로는 하나같이 영특하고 뛰어난 사람일지 모르지만, 집단은 맹신에 빠진 광기 어린 바보들입니다. 누구 하나 옳은 말 하는 사람도 없고, 직언 한 마디 못하는 세상은 화석이 된 공룡에 불과합니다.

소수 의견 하나 없는 침묵의 세상은 언뜻 보면 잘 정돈된 것처럼 보이지만, 소금기 없는 음식이 쉽게 부패하듯 곧 썩고 말 것입니다. 최근 사회 곳곳에 걸린 빗장은 다양성의 싹을 헤치고 말 것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일수록 다각적인 각도에서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다양성은 나와 공동체를 존엄하게 지켜주는 상생의 가치입니다. 다양성, 그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촉매제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송일섭 염우구박인문학교실 운영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