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24 - 꿈꾸는 몽상가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박수현/국민서관
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24 - 꿈꾸는 몽상가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박수현/국민서관
  • 김헌수 시인
  • 승인 2023.12.06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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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는 몽상가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박수현/국민서관
 

  아이디어가 기발하고 풍부한 아이들의 생각이 도화지위에 펼쳐졌다. 잘 그리지 않아도, 대충 선이 그어져도, 나만의 제목을 붙이고 발상을 이야기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달리를 뛰어넘는 특별한 상상이 가득했다. 달리의 그림을 보고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따라 그리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엉뚱한 화가, 가장 창의적인 화가, 인기있는 예술가 살바도르 달리! 츄파춥스 막대사탕의 로고를 제작한 화가, 스페인의 초현실주의를 추구한 화가이다. 벌레와 생선머리와 같은 물컹거리는 물체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가지고 있고 메뚜기를 보면 발작을 일으킬 정도였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는 그의 작품에도 영향을 미쳤고 그의 개인적인 두려움과 불안, 내면의 갈등을 표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꿈꾸는 몽상가,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는 20세기 최고로 별난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이야기이다. 그림처럼 독특한 그의 어릴 적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부모님은 죽은 형의 이름을 달리에게 물려주고 형의 몫까지 살기를 바랬다. 어릴 때 살던 바닷가의 기이한 암석과 사람을 단순하게 치부하지 않고 다양하게 상상해가며 그만의 세계를 만들어 갔다. 그게 너무나 싫었던 달리는 천재적인 미술 실력으로 일찍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새로운 미술 형식을 알기위해, 피카소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달려갔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잘 그리기 위해서, 잘 부르고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다른 예술가들의 틀을 깨며 자기만의 작업을 하기위해 애쓴다. 달리는 파리에서 많은 몽상가들을 만나며 현실을 벗어난 그림을 보게 된다. 꿈의 세계에 빠지면서 꿈에서 본 기이한 장면을 담으려 노력했다.

  피카소를 좋아해서 그의 화풍을 따라했지만 피카소의 그늘에 갇히게 되자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선다. 이젤을 침대 옆으로 옮겨 잠에서 깨자마자 꿈속 세계를 그림으로 재현해 내었고, 그림과 영화도 제작을 한 달리는 “나는 이상하지 않아, 단지 평범하지 않을 뿐이지” 라며 독특한 초현실주의 세계를 만들어 내었다.

  <기억의 지속>은 살바도르 달리의 멋진 공상이 빚어낸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그림이다. 곡선으로 휘어진 시계들이 존재하는 황량한 풍경을 표현하고 있다. 작은 노트만한 크기에 그림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달리의 고향인 카탈루냐의 바위 해안을 연상시키는 배경에 모래사장 곳곳에 녹아내리는 시계를 묘사하여 꿈속의 이미지를 보는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올리브나무 위 그리고 갈색상자와 계단위에 녹아내리는 회중시계들은 태양아래 녹아내리는 카망베르 치즈에서 영감을 얻었다. 무엇을 그릴까 생각하던 중 시계와 저녁에 먹은 치즈가 생각났다. 손에 잡히진 않는 시간이 녹아내리는 치즈위에 얹어졌고, 모래사장엔 달리의 얼굴이 뉘어 있고, 한쪽에선 시계들이 녹아내리고 있다. 녹아내리는 시계처럼 시간은 흘러가고 그 시간이 쌓여 우리는 기억을 갖게 된다.

  초승달처럼 솟은 콧수염은 달리의 상징이다. 달리는 바싹 올린 콧수염처럼 자신감 하나로 살았다. 강아지 대신 개미핥기를 산책시키고 잠수복을 입고 강연에 나올 때도 당찬 모습을 보였다. 다재다능한 소유자로 그림, 영화, 사진, 조각 등에 탁월했다. 달리는 특이한 행동으로 인기 연예인처럼 관심을 받았다. 일상에서 늘 재미있는 일을 벌여 인생의 매 순간을 예술로 만들었고, 달리는 머리로 생각해 내는 것보다 꿈의 세계가 훨씬 창의적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꿈에서 본 기이한 장면을 그림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그림 앞에서 고향 바다를 만나고 잊혀진 시간을 기억해 내었다.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고 그림을 그려보았다. 사각대는 연필 소리가 스케치북위에 가득하다. 자신만의 선을 마구 그어대는 아이들의 그림이 살바도르 달리의 꿈과 환상에 겹쳐졌다.
 

 김헌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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