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법률안거부권 남용 그만해야
대통령 법률안거부권 남용 그만해야
  • 고종윤 변호사
  • 승인 2023.12.05 17: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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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윤 변호사

 지난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 개정안과 방송3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 법안에 대하여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였다.

 우리 헌법 제53조 제1항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되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동법 동조 제2항은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 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 헌법은 환부거부권을 명시하고 있는데, 환부거부권은 대통령 법률안거부권의 하나로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행사한 것이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헌법 제53조 제4항의 절차에 따라 다시 같은 의결을 해야 한다. 참고로 동법 동조 동항은 재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써 확정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국회의 여·야 의석수 배분을 생각하면 민주당이 이런 절차로 법안들을 다시 통과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윤석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에 대하여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정당한가.

 우리 헌법은 법률안거부권에 행사에 대한 구체적인 사유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헌법학자들 대부분은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남용을 막기 위해 정당한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법률안거부권이 행사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정당성과 필요성의 구체적 사유는 법률안이 헌법에 위반되거나,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국가의 이익에 반하거나, 집행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압박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 등이다.

 따라서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이 위에서 언급한 법률안거부권 행사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각 법의 입법취지를 살펴보아야한다.

 그러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의 입법취지를 보면 법률안거부권 행사의 사유가 되지 않음은 명백하다. 노란봉투법 개정안은 기업이 경영상의 손실 등을 이유로 파업 노동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제한하여 노조활동의 위축을 막자는 것이 취지이다. 또한 방송3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조와 이사 추천권한, 사장의 선임 방식 등을 바꿔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보장하자는 게 취지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로 통과된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 법률안거부권 행사의 이유가 되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등에 대하여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이를 바꿔 말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정당성과 필요성이 없음에도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이는 헌법을 위반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이후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간호사법 제정안에 이어 이번 노란봉투법 개정안과 방송3법 개정안까지 연달아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에 법률안거부권 사유가 명시되어있지 않은 점을 이용하여 야당이 통과시킨 법안을 포퓰리즘이라는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며 법률안거부권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법률안거부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법률안거부권의 심각한 남용은 결국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시켜 결과적으로 삼권분립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런 점을 우려하여 임기중 단 한 번도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길 바란다.

 고종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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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24-01-05 18:31:10
국민의 심판과 저항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국민과의 대결을 선택한 것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자신이나 자기 가족 관련된 특검, 검찰 수사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대통령 스스로 무너뜨린 공정과 상식을 바로잡을 기회를 포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을 두고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며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은 물론 우리 국민에게도 매우 불행한 일"인 것이다.
국민 상식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으라는 것이고, 누구도 법 앞에 예외 없이 적용하라는 것이며 대통령이라도, 대통령 가족이라도 예외가 돼선 안 된다. 국민에게 맞서서 이기는 권력은 없다. 국민의 심판과 저항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