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홍성만 씨’ 대도시의 제빵왕이 고창에서 고추농사를 짓기까지
‘고창 홍성만 씨’ 대도시의 제빵왕이 고창에서 고추농사를 짓기까지
  • 고창=임용묵 기자
  • 승인 2023.12.04 18: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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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앞치마와 모자를 쓰고 달콤한 디저트를 만들어 내는 마법사. 그가 만든 빵과 케익을 사기 위해 가게 앞에 긴 줄이 생기기도 했다는 제빵왕이 고향 고창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산골짜기에 집을 짓고, 고추와 복분자,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있는 홍성만(52)씨를 만나봤다.
 

 ▲제빵사에서 농부로 다시 태어나다

 홍성만(52)씨는 고창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지역에서 살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빵에 관심이 있던 터라 서울로 올라가 기술을 배웠다. 서울에서 8년을 배우며 일을 했고, 28살에 광주로 내려와서 직접 가게를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16년 동안 가게를 운영했고, 주말이면 입소문에 줄이 길게 생기면서 나름 성공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44세가 되던 해에 그저 우연히 가게를 내놓았더니 덜컥 팔려버리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설마 했는데 한 달도 안 돼서 가게가 팔려 버리면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어요. 아내와 함께 다른 가게를 알아볼까 고민도 해봤는데 늦지 말고 젊을 때 내려가자고 합의를 해서 귀농을 하게 되었죠”

 아내도 시골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있던 터라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광주에서 제과점을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직접 빵을 다 만들면서 가게 운영까지 하니 부부의 여유시간이 없었다. 돈이 필요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100세 인생 속 50세가 넘어서까지 쫓기듯 살기는 싫었다.
 

 ▲일단 집부터 짓고 보자

 고창읍 화산리. 방장산 자락에 폭 안긴 듯한 작은 마을이 홍성만 씨의 고향이다. 일단 귀농이 결정되자 홍씨는 예전 집터 근처에 집부터 지었다. 길도 내고 밭도 만들었다. 주변에는 작은 저수지와 실개천도 흘러 농삿일에 물 대기도 쉽다.

 “이 집이 없었더라면 아마 진즉 다시 돌아갔을 거에요. 초기 1~2년은 소득이 없어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집이 있으니까 마을일도 도우면서 여러 일을 도모할 수 있는 힘이 됐어요”

  특히 고향으로 내려오니 중고등학교 동창이 한 60명 정도 살고 있었다. 광주에 살 때는 동창모임에 참여를 안했는데, 고향에 오니 동창회에도 나가게 되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됐다. 비록 농사를 짓는 친구들은 거의 없어서 농사에 관한 도움은 받지 못했지만 아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큰 힘이 됐다.
 

 ▲고운 빛깔 고추보면, 지난 여름 고생 싹 잊죠

 홍씨는 담양에서 대규모 고추농사를 짓고있는 처갓집 도움을 받아 고추농사를 시작했다. 고추 농사는 다른 작물에 비해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편이다. 넓은 농지가 필요 없고 노지재배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고추는 물을 좋아하고 양지보다 음지를, 경사진 곳보다 평지를 좋아하는 식물이며 아침 햇빛과 깨끗하고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부지런한 작물이다. 다만, 작물을 일일이 손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력이 많이 들어간다.

 홍씨는 예비귀농인들에게 “초기 2년을 어떻게든 버틸 각오로 귀농을 결심하라”면서 모르면 주위에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고 조언했다. 이어 “초보 농부는 해야 할 일도 참 많지만 주변에 선생님도 많다. 이웃과 마을 어르신들 모두가 선생님이다. 무엇을 심든지 어떻게 심을지 자신이 없으면 꼭 묻자. 일부러 찾아가서 묻고, 전화로 묻고, 지나가는 이를 쫓아가서 물어도 좋다”고 덧붙였다.

고창=임용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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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 2024-01-03 14:16:58
광주 빵집이 어딘가요? 가보고 싶다. 다른 사람이 경영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