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지만 지금도 국회는 2024년 국가예산 심의가 한창이다. 우리의 관심은 역시 새만금 관련 예산이다. 지난 8월 정부예산안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가 심도있게 검토해 예산편성을 요구했던 새만금 10개 사업을 기재부가 갑자기 78%를 삭감시킨 초유의 사건이 있었던 것이다.
일방적 삭감 통보로 각 부처는 뜬금없는 예산액에 적잖이 당황했고, 또 예산요구서와 첨부서류를 다급히 수정하느라 참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형적 예산을 통보해야만 했던 기재부 예산담당 부서의 고민과 고충도 이해가 된다. 기재부 공무원들은 공정의 잣대와 합리적 의사결정을 늘 자랑으로 삼아왔을 터이다. 하지만 절차와 내용에 대해 떳떳하게 말하지 못할 이유로 긴급히 수정된 새만금 관련 예산은 그동안 쌓아온 그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기 충분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새만금 이외에 다른 전북 지역의 도로·철도 예산 증가율은 전국 평균 도로·철도 예산 증가율보다 더 높다. 따라서 전북을 홀대하는 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내년 정부예산안에 담긴 전국의 SOC 사업은 일반철도 25건, 고속도로 27건, 공항 8건으로 모두 60건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요구한 예산 중 기재부 편성단계에서 삭감된 사업은 겨우 3건이다. 하지만 3건 모두 ‘유일하게’ 전북 지역과 관련된 예산이다. 삭감된 금액만 총 1,471억원이다.
물론 2024년 예산안에 고속도로를 제외한 일반 국도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98개 사업 중 전북과 관련된 사업은 10개 사업이고,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355억원이 증가한 1,984억원이다. 수치로만 보면 무슨 큰 호의를 받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전북지역 국도 관련 10건의 사업이 모두 계속사업이라는 것이다. 각 사업별 공사진척도에 따라 국토교통부에서 합리적 예산 배분을 한 결과일 뿐이다.
끝으로 정치권에서는 새만금신공항이 잼버리를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잼버리가 끝난 마당에 공항이 왜 필요하냐는 말도 나온다. 잼버리를 목적으로 새만금신공항을 만든 것이 정말 사실일까? 결코 사실이 아니다. 아니 선하지 못한 생각에서 도출된 근거없는 상상뿐이다.
새만금신공항은 2016년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반영, 2017년 ‘항공수요 조사 용역’을 마치고, 2018년 6월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를 위해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월 새만금신공항을 포함한 전국 24건의 대규모 사업이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게 된다.
사실 2019년 예타 면제 사업을 결정하기에 앞서 기재부는 각 부처를 통해 예타 면제를 희망하는 사업을 제출받았다. 이때 우리도는 활주로 길이는 3.2km, 준공 시기는 2023년으로 새만금신공항을 만들어 달라는 건의서를 국토교통부에 신청했다. 최근 부산엑스포를 염두에 둔 정부가 가덕도신공항이 깊은 바닷속을 매립해 추진하는 사업인데도 2029년 개항 목표로 발표했다. 그럴 진데 새만금신공항은 부지여건이나 규모로 보나 한번 검토해볼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우리 도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활주로는 2.5㎞로 대폭 줄이고, 준공 시점은 2028년으로 5년이나 늦춘 계획안을 기재부에 제출했다. 이럴 진데 새만금신공항은 잼버리를 목적으로 만들었고, 잼버리 기간내 만들어지지 않았으니 이제는 추진할 근본적 이유가 없다는 취지의 언급은 정말 분통이 터지는 악의적 가짜 뉴스이다. 이쯤 되면 국토교통부에서도 해명자료라도 낼 법도 한데,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
최재용 <전라북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