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형사 사법 시스템의 붕괴
국가 형사 사법 시스템의 붕괴
  • 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 승인 2023.11.3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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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오래전부터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 등이 언론을 장식하더니 요근래에는 대장동, 사전에도 없는 권언 유착, 검언유착 등 형사 사법체계에 대한 논란이 연일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모두 말로는 국민들을 위한다는 갖가지 명분을 내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있으나 정작 그들이 위한다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가졌던 검찰을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용하여 정권을 획득하는데 이용하였던 현 야권에서는 국민들의 바람대로 살아있는 권력에 손을 대려는 순간 그들은 검찰을 폐족화 시켜버렸다.

 이른바 검수완박이라는 말대로 검찰의 수사권을 형해화 시켜 버렸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 시행령을 확장해석하면서까지 억지로 검찰에서 1차 수사권을 할 수 있도록 산소호흡기를 꽂아두었으나 정권이 바뀌는 순간 검찰의 1차 수사권은 사실상 완벽하게 사라질 전망이다.

 수사의 주체가 검찰이건 경찰이건 대다수 국민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고, 아무런 관련도 없다. 주변에서 행정벌을 제외하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살펴보라. 더구나 검찰이나 법원에 출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한번 살펴보라.

 우리 국민들은 검찰이건 경찰이건 여건 야건 그들의 논쟁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정치권에서 그토록 간절하게 원하는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싶다면 차라리 입법부에 정치권력 수사청을 두라고 권하고 싶다.

 전체 사법작용에서 정치 권력에 대한 수사는 0.1퍼센트라도 되는지 묻고 싶다. 0.1퍼센트라는 숫자도 중앙정치권에 지방정치권을 합해야 간신히 나오는 수치이다. 나머지 99.09%의 수사는 비정치적 사건으로 아무리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절대 국민 모두로부터 질타를 받는 자연범, 법정범, 행정 질서 위반 사범에 대한 수사가 전부이고, 수사권 조정 이전이건, 이후이건 그에 대한 절대다수의 모든 수사는 경찰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필자는 현재 우리나라 형사사법 체계 시스템은 붕괴되었다고 생각한다. 내 소중한 재산을 침탈당하여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면 이의 처리는 하대명년, 언제가 될지 알 수가 없다. 각 수사기관에서 고소사건의 처리시한을 정해두기는 하였으나 절대적이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처리시한일 뿐이다.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 갖가지 이유를 들어 고소장을 반환하거나 관할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려를 하기 일쑤이다. 알량하게 남아있는 검찰의 수사권에 기대어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경우 고소인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경찰에 사건 이첩을 시켜버린다.

 고소사건에 대한 수사권 조정 이전과 수사권 조정 이후의 통상적인 형사사건의 처리 절차를 살펴보자.

 수사권 조정 이전이라면 일단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 고소인 조사, 증거조사, 피의자 조사가 이루어지고 이의 결과에 따라 기소, 불기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를 하게 되고 검찰에서는 경찰의 수사 결과에 대하여 다시 한번 증거조사를 거쳐 검사의 기소, 불기소로 최종 종결이 된다.

 수사권 조정 이후에는 경찰에서 송치 결정을 하는 경우에만 검찰에 사건이 넘어가고, 불송치 결정의 경우 고소인의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에만 검찰에 수사기록이 넘어가 다시 한번 검사의 판단을 받도록 하고 있다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로 경제사범에 대한 수사는 그 난이도도 어렵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흐르는 속칭 말하는 ‘깡치사건’이 대부분이다. 담당 수사관들은 사무실 캐비넷에 있는 ‘깡치사건’만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일 것이다.

 문제는 경찰에 집중되는 고소사건의 처리도 어려운 지경에 1차 수사의 부담을 벗어던진 검사는 공소유지의 부담을 벗기위하여 경찰의 송치된 수사기록을 철저하게 검토하여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다. 한두 번의 보완 수사를 거친 후 다시 한번 증거조사를 한 후에야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유지에 자신이 없는 경우 불기소 처분을 하게 된다.

 보완 수사로 경찰과 검찰을 두세 번이라도 오갈라치면 6개월은 금방 지나간다. 그렇다 보면 어지간한 고소사건은 1년을 훌쩍 넘기고,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약간 복잡한 사건은 3년을 넘기는 경우도 다수 보았다,

 그렇다면 경찰에서 불송치결정을 하였으나 고소인의 이의신청으로 검사에게 넘어간 사건은 어떻게 처리될까? 대부분의 검사들은 성실하게 검토하고 판단하리라 생각하나 일부의 검사들은 “어차피 내새끼(사건)도 아니고 내 책임도 아닌데?”라며 형식적이고 소극적으로 사건을 취급하고 그대로 종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미루어 현재 경찰에 집중되는 고소사건이 수사규정처럼 3개월 이내에 처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현재 수사 인력의 10배의 인력이 달라붙어도 제대로 처리하기가 벅차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 형벌권은 국가 권력의 핵심이다. 누군가 나를 억압한다거나 내 재산을 침탈당하는 등의 억울한 일을 당하더라도 국가 권력에서 나를 대신하여 징벌을 가하리라는 강한 믿음을 갖기 때문에 私刑의 유혹을 뿌리치고 피땀 흘린 돈을 세금이란 명목으로 꼬박꼬박 국가에 납부하면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것 아니겠는가?

 과거 법원 주변에서는 “검사는 불러서 조지고, 판사는 밀어서 조진다”는 말이 있었는데 현재는 검사나 판사나 밀어서 조져대는 형국이다. 비단 수사기관의 수사만 늦어지는게 아니다. 법원의 재판 역시 수사에 못지않게 늦어지고 있다. 마치 형님, 동생 하듯이 서로 밀어서 조져댄다. 그 사이에서 죽어나는건 애꿎은 피해자들이다.

 현재 경찰에는 절대적 경제사범 수사 인력이 부족하고, 검찰에는 경제사범 수사에 유능한 검사, 수사관들이 넘쳐나고 있다. 유능한 수사 인력을 낭비하지 말고 파견을 받건 법령을 뜯어고치건 그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제발 강구해보자.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0.1%도 안되는 정치적 사건은 아무나 줘버려도 좋으니, 제발 국민들편에서 생각하고 판단을 해달라.

 이성순<(유)효원 대표/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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