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전북을 떠나는가!
왜? 전북을 떠나는가!
  • 박대길 문학박사/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
  • 승인 2023.11.29 15: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대길 문학박사/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

 얼마 전 우연히, 정말 우연히 「110년 만의 귀향 ‘조선왕조실록·의궤’ … 원본 일반인에게 상시 공개 시작」이라는 제목의 글을 봤다. 뭐지! 하는 궁금증과 혹시나 하는 안타까움으로 읽어 봤는데, 역시나였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강탈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과 의궤」가 ‘환지본처(還地本處)’ 즉 110년 만에 오대산 월정사에 있는 「국립 조선왕조실록 박물관」으로 이관되었고, 박물관은 실록과 의궤 등 관련 유물을 상설 전시는 물론 특별전시를 통해 국민이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강원도와 평창군은 전국, 아니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실록 박물관을 통해 실록과 의궤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츠 및 문화관광축제를 기획, 지역 홍보는 물론 기록문화도시 선포식 등 위상을 갖추어 나갈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는 야심 찬 청사진을 발표하였다.

 ‘사돈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옛말이 있다. 이 기사를 읽는 필자의 심정은 착잡했다. 그러나 이도 잠깐, 갑자기 알 수 없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넘어 비애감과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면서, ‘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하는 자괴감과 동시에 “이래서 사람들이 입을 다물고, 전북을 떠나는구나.”라는 걸 새삼 되새겼다.

 필자가 이처럼 실록을 보관한 사고(史庫)와 관련한 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와 관련한 학위논문[조선 후기 적상산사고 연구]을 전국에서 맨 처음 썼고, 실록 박물관 건립을 비롯하여 실록을 활용한 남북한교류 및 통일한국을 대비한 세계적인 역사 문화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여러 경로를 통해 제안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북에는 조선 전기 4대 사고의 하나인 전주사고, 임진왜란 때 유일본이 된 전주사고의 실록을 지켜낸 정읍 내장산 보존 터가 있다. 이때 전북인이 전주사고의 실록을 지키지 못했으면, 조선 전기의 역사는 아예 볼 수도 없다. 임진왜란 후 오대산사고와 함께 설치한 5대 사고 중 묘향산사고의 실록과 문헌이 무주 적상산사고로 옮겨졌다. 이로써 전북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조선 500년 동안, 실록을 지켜낸 「조선왕조실록 지킴이의 성지」라 할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무주군은 반딧불축제에 맞추어 「조선왕조실록 묘향산사고 실록 이안 재연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만만찮은 예산을 투입하는 전통문화 행사이고,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행사였지만, ‘속 빈 강정’처럼 일회성 행사로 끝나고 있다. 행렬과 의식을 제외하고 볼만한 것이 거의 없으니, 당연하다. 무주군민조차 이 행사를 왜 하는지 잘 모르고, 어쩌다 마주친 관람객은 그저 일회성 눈요기로 지나친다. 이 행사와 관련하여 필자는 할 말이 많다. 그러나 필자가 무슨 결정권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문가로 예우를 받는 것도 아니니, 속앓이만 할 뿐이다.

 이번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행사는 매년 무주에서 개최하는 「묘향산사고 실록 이안 재연행사」와 비교가 될 수 있다. 평창군 역시 「조선왕조실록 이안 재연행사」를 해마다 개최할 것이 뻔하다. 나아가 국립 조선왕조실록 박물관을 중심으로 관련 행사를 준비하고 추진할 것이다. 무주문화원이 준비하는 무주와 다를 수밖에 없다. 경쟁력에서 뒤처지면, 결과는 뻔하다. 내 것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전주·정읍·무주를 하나로 묶고, 거기에 현재 적상산사고의 실록이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 있다는 사실을 활용한 남북한교류 및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회성 행사에 안주하지 말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박대길 <문학박사/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