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고섬섬’…풍요와 재난이 공존하는 미지의 공간 ‘바다’에 기원의 띠배를 띄우다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고섬섬’…풍요와 재난이 공존하는 미지의 공간 ‘바다’에 기원의 띠배를 띄우다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11.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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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곱 개의 섬이 떠 있는 칠산바다의 전설과 환상, 망망대해로 뱃일하러 떠난 가족이 온전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바다가 심술부리기 않기를 소원했던 그 마음이 ‘고섬섬’이라는 특별한 이름에 담긴다.

 전라북도립국악원(원장 이희성) 무용단(예술감독 이혜경)은 12월 1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제32회 정기공연 ‘고섬섬’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전북의 문화적 자산을 활용해 지역의 우수한 특색있는 문화를 알리고자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콘셉트의 브랜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무용단이 야심차게 준비한 아름다운 몸짓이다. 지난해 선보인 작품 ‘진경’이 호남평야를 일구는 농부들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고섬섬’에서는 서해안 부안 위도의 경관 및 역사와 문화예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어부들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달한다.

 공연의 주 무대가 되는 고섬섬(부안 위도의 옛 지명)은 예부터 고려와 중국을 잇는 해상교류의 중요한 경유지이며 장보고의 해상무역로였다. 한반도 3대 조기 파시(생선 시장)에 속하는 대규모의 황금어장으로 근 50년 전까지만 해도 수천여 척의 어선이 드나든 역사가 깃든 곳이다. 대규모의 어부들이 몰리는 만큼 바다로 나아가는 어민들의 무사안녕과 만선을 위한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대리원당제(국가무형문화재 위도 띠뱃놀이)가 성행했는데 현재는 매년 음력 1월 초에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명맥을 잇고 있다.

 무용단은 이러한 특색있는 위도의 모습을 담기 위해 8차례나 부안을 방문했다. 이 같은 무용단의 열정에 부안군이 지원사격에 나서며 귀한 작품이 탄생했다.

 프로그램은 에필로그 포함해 총 6개의 장면으로 구성된다. 칠산바다와 고슴도치를 닮은 고섬섬, 대월습곡의 웅장함을 담은 장면에서 출발해 어민들을 수호하는 원당마누라과 분당마누라의 몸짓으로 전설을 꽃피운다. 오색깃발을 날리며 수많은 배가 오가는 파시장, 거센 바람과 파도를 눈에 담으며 삶을 영위해야 하는 어부의 고된 삶을 서사로 풀어낸다. 이어 원당제와 굿을 바탕으로 바다의 노여움을 달래고 파도를 다독이는 제의는 남성군무로 구성된 바라춤으로 담는다.

 무대 위에는 섬을 형상화한 무대를 세워 섬과 바다의 경계를 나누고 위도의 풍경을 고스란히 표현된다. 공연장 로비에는 위도에서 직접 촬영한 다양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관객의 이해를 돕고, 공연 종료 후에는 진옥섭 전 한국문화재재단 이사장의 해설이 함께하는 작품 설명회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이혜경 무용단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대본·연출에 조주현 연출가, 장석진 작곡가, 지휘에 전라북도립관현악단 이용탁 예술감독 등 내로라하는 제작진이 모여 탄탄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았다. 주요 출연진에는 어부 역에 송형준 부수석단원, 원당마누라 역에 배승현 수석단원, 본당마누라 역에 이은하 수석단원, 무당과 어부 마누라 역에 각각 오대원, 윤이담 단원이 열연을 펼치고 무용단 전 단원이 출연해 오색빛깔로 화려하게 무대를 채운다.

 이혜경 무용단장은 “고섬섬은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의 삶에 여러 가지 단상을 담고 있는 예술 소재의 보고였다”라며 “위도가 품고 있는 바다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질 춤과 함께 도민들에게 찾아온 절망과 좌절을 위로하고 희망찬 미래를 기원하는 띠배를 띄우겠다”라고 작품에 대한 배경을 설명했다.

 도민을 위한 무료공연으로 국악원 홈페이지를 통해 자석을 예매할 수 있다. 남는 좌석은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발급한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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