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개혁 언제까지 언 발에 오줌 누기를 할 것인가?
국민연금개혁 언제까지 언 발에 오줌 누기를 할 것인가?
  • 이현복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 승인 2023.11.28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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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복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지난달 말(2023.10.30.) 연금개혁 정부안(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안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9월 1일 공청회를 통해 제시한 재정안정화 방안[18개 시나리오 = 보험료율↑(12%, 15%, 18%) × 연금지급 개시 연령↑(66세, 67세, 68세) × 기금 수익률↑(0.5%p, 1%p)]과 이후 추가로 제출된 소득보장 강화 방안[6개 시나리오 = 소득대체율↑(45%, 50%) × 보험료율↑(12%, 15%, 18%)]의 총 24개 시나리오를 포함, 이슈가 된 연령별 단계적 보험료 인상, 재정방식 개선(확정기여 방식으로 전환, 자동화안정화장치 도입 등) 등 논의 과제를 제시하였다.

 너무 많은 시나리오와 추진과제(노후소득보장 강화, 세대 형평 및 국민신뢰제고, 재정안정화, 기금운용 개선, 다층노후소득보장 정립)를 제시하다보니 숫자 없는 연금개혁안, 개혁의지 퇴색 등 여러 비판도 많지만, 복지부 장관의 말처럼 정부안을 바탕으로 국회에서 충실한 논의와 연금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뜬금없지만 나에게 국민연금은 1988년 전 세계 10만 관객이 들어찬 서울올림픽 주경기장에서 굴렁쇠를 굴리던 소년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연금은 1988년 3%의 보험료, 70%의 소득대체율로 출발하였고, 올해 9%의 보험료, 42.5% 소득대체율의 36살 청년이 되었다. 그간 개혁이라고 불리는 몇 번의 성장통을 거치긴 하였으나, 아직은 그 시절 굴렁쇠 소년의 모습을 닮은 미성숙한 청년 같다.

 국민연금제도의 핵심은 역시 모수라고 불리는 보험료, 소득대체율, 연금수급 개시 연령 등의 핵심 변수에 있다. 고령화·저출산으로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담보되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모수개혁은 결국 많이 내고, 덜 받고, 늦게 받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있다. 이 중에서 덜 받는 것은 국민연금의 제도 취지인 노후소득보장을 훼손하니 선택지에서 빼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국민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보험료율 인상과 수급연령 상향의 큰 방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2023.10.1. 대국민 설문조사, 복지부; 국민연금개혁 동의 81.3%). 다만,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인가에 대한 미시적 결정에는 여러 의견과 생각이 있다.

 최근(2023.11.16.) 국회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보험료율 최소 4%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며,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5%와 소득대체율 40%’ 이렇게 두 가지 개혁안을 제시했다. 1안은 고갈 시점을 7년 연장(2062년)시켜 1997년생이 65세 때 고갈되고, 2안은 16년 연장(2071)시킨다. 두안 모두 기금 고갈은 피하기 어렵다.

 두안 모두 언 발에 오줌 누기와 같다. 하지만 내 자식 발이 얼어 생존이 위태롭다면, 오줌이라도 싸서 시간을 벌어야 한다. 조금 더 시간을 벌어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국민연금은 우리나라 국민과 정부가 낳은 자식과 같은 제도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고, 앞날이 불투명한 자식이지만, 불안한 미래가 두려워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보다 많은 사랑과 과감한 믿음 그리고 투자를 통한 훈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인구구조의 변화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제시하는 모수개혁과 기금운용수익률 제고 등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한 임시방편에 가깝다. 국민연금 재정 사정이 시급한 데로 정부는 신속하고, 과감하게 모수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제도의 생존 즉, 지속가능성 확보이다. 창창한 미래를 열어주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성장은 모수개혁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모수개혁은 조속히 추진하고, 정부안에서 제시된 추진과제에 대한 구조개혁 방안이 마련되어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구조개혁 방안의 핵심 아젠다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합리적 역할 설정, 확정급여형(DB) 또는 적립방식(Funded System)을 확정기여형(DC) 또는 부과방식(Pay As You Go System)으로의 전환, 자동안정화장치(Automatic Stabilizers) 도입, 지급보장명문화와 국고보조 확대와 같은 국가책임 강화, 사각지대 해소 등이 될 것이다. 구조개혁의 확고한 목표는 국민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과 국민연금제도의 존재 이유인 노후소득보장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한다.

 우리와 비슷하게 선진 외국의 공적연금 개혁도 적정한 노후소득보장과 연금재정 안정화의 균형을 찾고자 소득대체율 조정, 보험료 인상, 수급연령 상향 등이 추진되었고, 추진될 것이다. 그리고 성공한 개혁 사례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첫째, 현 상황의 정확한 정보의 제공과 둘째, 사회적 합의 마련 그리고 셋째, 점진적 개혁을 통한 국민 수용도 제고 등이 공통점으로 발견된다. 이는 현실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이해, 이를 기반으로 한 개혁 방안 마련에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36살의 국민연금제도가 일흔, 여든 아니 백세가 되어도 미래가 불투명한 자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민연금 개혁은 시급한 모수개혁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국민연금 제도의 구조변화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어렵게 마련된 최근 국민연금개혁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정부의 노력이 이번에는 고만이 귀신 붙지 않기를 바란다.
 

 이현복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국민연금 전북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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