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02> 고목에 꽃이 피는 전북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02> 고목에 꽃이 피는 전북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승인 2023.11.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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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고목봉출(枯木逢出)”. 법의 성인[法聖]으로 불리는 초대대법원장 김병로(1887 ~1964)가 자주 쓰던 말이다. 1957년 대법원장직을 정년 퇴임한 그는 3년 후인 1960년 순창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법조계는 물론 민주당 원로들은 기왕 출마할 바에는 종로나 중구, 아니면 서울 어디에서나 출마하라”고 강권하였으나 고향인 전북 순창을 택했다. 고향을 떠난 지 50년 만에 순창에 온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향 심부름이라고 하고 싶어서”라는 소박한 마음이었다. 그의 연설 한 대목이다. “옛말에 고목봉출이란 말이 있습니다. 고목나무에도 봄이 오면 꽃이 핍니다.”(한인섭, ‘가인 김병로’)

자신의 고령을 염두에 둔 말이지만 일제 강점기 때부터 그가 자주 쓰던 말이다. 험난한 시절이 지나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순창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젊은 상대 후보에게 진 것이다. 전국적 뉴스가 된 것은 당연하였다. “선지자가 고향에서 환영을 받는 자가 없느니라.”(누가복음).

대법원장이 서거한 지 60년 후, 그의 손자 김종인 박사가 순창을 찾았다. 최영일 순창군수의 초청 강연 차, 지난 11월 16일 순창을 방문하였다. 서울출생으로 한국외대 졸업 후,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10년 공부를 하고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부가가치세 실시를 계기로 정부 정책에 관여한다. 그는 이때 근로자재형저축·의료보험 실시를 실현한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제 119조 2항 ‘경제민주화’ 조항을 도입하게 한다. 지금까지 일관된 그의 정치철학 근본이다.

새누리당·민주당·국민의힘 등에서 비상대책위 위원장을 맡아 위기에 빠진 정당을 일으켜 세우며 박근혜·문재인을 대통령에 당선시켰다. 2022년 초, 그는 “별의 순간(Sternstunden)”이란 말을 유행시킨다. “극적 긴장이 가득한 운명적인 순간이 닥치면 하루 만에, 혹은 한 시간 만에, 심지어는 단 일 분 만에 훗날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당시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를 찾았을 때 “별의 순간을 잡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윤 총장은 그 “별의 순간”을 잡았다. 운이 좋았다. 그보다 2년 전인 2020년, ‘영원한 권력은 없다’라는 저서에서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인생에 홀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신의 발자국 소리에 조용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그가 지나갈 적에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외투 자락을 잡아채는 것이 정치인의 임무다.” 정치인을 물론이고 모든 사회의 지도자들이 “별의 순간”과 “신의 외투자락”을 붙잡지 못하면 그것은 날아가 버린다, 새처럼!

순창 강연에서 위원장은 우리 시대 문제점으로 “양극화로 인한 갈등구조와 이로 인한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 50년 대한민국은 희망이 없다고 경계한다. 그는 “대한민국의 역동성”을 믿으며 “변화”를 요구한다. 변화는 어디서 시작하는가? “대한민국의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체”라고 한다. 이준석과 같은 젊은 정치인들이 김종인 위원장의 정치철학을 구현하려는 움직임에서 변화의 희망을 본다. ‘고목봉출’의 희망이 보이는 대목이다.

강연 시작 전, 전주 JTV 정원익 기자가 위원장에게 최근 문제가 된 ‘새만금’을 질문하였다. 답변이 명쾌하였다. “새만금은 중국 시장을 향한 서진정책”의 통로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전북의 의도와 다른 것이었다. “2012년 김 위원장 자신이 주도하여 새만금청을 설치하게 하였는데, 서진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었단다. “별의 순간”과 “신의 외투자락”을 잡을 때 고목나무에 봄이 올 것이다. 위원장이 전북과 순창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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