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다음 전라도를 지킨 ‘황진’ 장군
이순신 다음 전라도를 지킨 ‘황진’ 장군
  • 최영록 생활칼럼니스트
  • 승인 2023.11.2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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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록 생활칼럼니스트

  우연히 전북도민일보 11월 2일자 기획특집 ‘걸어서 인물 속으로’ 기사를 읽었다. 큰 제목이 ‘왜적 맞서 전라도 지킨 영웅-‘임진왜란 명장’황진 장군’이다. 평소 지방신문을 조금은 우습게 하는 편이었으나, 이 기획특집은 아주 준수했다. 기획취재팀에게 고맙기까지 했다. 지방신문을 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면 좋겠다.

  진주지역 어느 신문기자(김주완 님)는 십 수년을 홀로 취재해 ‘어른 김장하’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참 기자’ ‘참 언론인’의 표상이자, 언론카르텔이 횡행하는 현실에 보석같은 존재일 터. 길게 보면 틀림없이 역사에 죄를 짓는 ‘레거시언론’의 기자들을, 우리가 ‘기레기’라고 부른 지 이미 오래 되지 않았던가.

아무튼, 황진(黃進, 1550-1593) 장군이 어떤 분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으나, 전면을 꽉 채운 기사를 읽으며 새삼 놀랐다. 남원부 주포리(현 대산명 대곡마을) 출신 무장으로, 본관이 장수이며 황희 정승의 5대손. 흔히 수식하는 말이지만, 어려서부터 영특했고 날렵했으며, 호탕한 성격에 책임감이 강하고 말타기, 활쏘기 등 무재武才가 있었다 한다.

  선조 23년 조선통신사 정사 황운길(종숙부)의 군관으로 일본에 따라가 일본이 곧 침략할 것을 알아챘다. ‘김성일을 참소하라’는 상소문을 올리려다 집권당인 동인세력을 경계한 문중의 만류로 무산됐다. 전쟁을 대비하여 동복현감으로 있을 때, 내성을 쌓는 등 전시에 대비했다.

  임진왜란 ‘4대 대첩’의 하나인 ‘육지의 한산대첩’으로 불리는‘웅치-이치 전투’를 아시는가? 한산대첩, 행주대첩, 진주대첩에 못지 않은, 전라도를 지킬 수 있었던 전투였음을 아시는가? 모르시는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라고 한 까닭을 이제 알겠다. 바로 그 주역이 바로 황진 장군이었음을.

  1576년 무과 급제, 1577년 명나라, 1591년 일본에 다녀왔다. 안덕원에서 웅치(완주-진안의 곰티재)를 넘어온 왜군을 대패시키고, 곧바로 이치전투에 승전의 주역이었다. 그 공으로 익산군수겸 전라도조방장(참모장격)으로 승격, 1593년 2월 수원전투에서 공을 세워 절충장군겸 충청도조방장, 병마절도사로 승진했다.

  6개월만에 구국의 충정과 무공만으로 종6품에서 종2품으로 초고속승진했다. 그해 6월, 권율 곽재우 선거이宣巨怡 홍계남 등과 고립무원의 진주성晉州城(김천일장군의 호남의병, 논개의 남편인 최경회 장군이 대치중)에 들어가 순성巡城의 최고 책임자로 싸우다 매복 왜군의 조총에 순국했다. 도합 6000명이 왜군 정예 10만명을 상대로 한 8일 동안의 처절한 항전이라니… 황진 장군 순국 하루 뒤 끝내 진주성은 함락됐다. 그렇다고 이게 어찌 만사휴의萬事休矣일 것인가? 그때나 지금이나, 지금부터 시작인 것을.

  기사 중에 도시공학박사 백승기라는 분이 쓴 한 문장을 보고 놀랐다. 전재하는 까닭은 명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들 마음 속 깊은 곳엔 결코 꺼질 수 없는 민족혼의 불씨가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온갖 역경에도 불구하고 나를 지켰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각기 제 위치에 나라지키는 역군이 되었고 한 민족 얼을 깨워내는 각설覺說이 되어 강토를 수호하였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마음을 주고 받을 때 상대의 가슴에 묻어 싹을 틔우려 마음씨라 했고, 그 마음 말로 전하며 말씨라 했다. 글로 쓰면 글씨, 손재주 뽐내면 솜씨, 자태를 내면 맵씨였다. 명보 황진 장군은 씨앗 중 가장 중요한 불씨 지키고 순절하였다.

  조국의 평화통일이라는 반드시 성취해야 할 역사적인 소명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변화를 인내하고 감당해야 할 일이 많다. 인류 평화를 위한 민족의 발전도 개인의 이해나 안일 추구로 발목이 잡혀서는 안될 것이며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이 되자.

  고금에 유례없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자부심에 도취되어 스스로 축배를 들고 자축하기에는 아직은 때 이른 감이 있다. 우리는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스스로 고민하고 다 함께 동참하여 역사등대 지기가 되어 보자.

  100여년 문화공백기 문화발전을 도모하려는 애국지사들이 겨레의 가슴에 꺼져가는 불씨를 다시 일으키고 살리려 한다. 혼신을 다해 민족 불씨를 돋아내어 국가발전의 심지가 되고 기름이 되어 아낌없이 몸과 마음을 다 태워내야 할 것이다.”

최영록 <생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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