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 시집 ‘아직도를 사랑하는 까닭은’… 걷고 또 걷고, 쓰고 또 쓴 시
신정일 시집 ‘아직도를 사랑하는 까닭은’… 걷고 또 걷고, 쓰고 또 쓴 시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11.2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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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는 사람 신정일 시인이 걷는 이유에 대한 자기 물음과 그에 대한 대답을 오롯이 시로 썼다.

‘아직도를 사랑하는 까닭은(작가·1만원)’에서 읽을 수 있는 시인의 모습은 삶의 나이테와 다르지 않다. 시인은 삶의 목적이 길 위에 있는 것처럼 걷고 또 걷고, 시를 쓰고 또 쓴다. 역사의 현장을 걷는 자신의 모습에서 역사적 인물의 고뇌를 발견하고, 선인들의 고매한 정신을 간직하며 정직한 소리를 내려고 다짐한다. 유년 시절 추억의 한 장면을 서정적으로 그려내는 한편, 밤이라는 시간대가 주는 아련한 감상에 취하며 존재의 고독을 견디는 모습을 포착해낸다. 이에 대해 박태건 문학박사는 “어둠 속에서도 진실과 양심의 소리를 내려는 선구자적인 자세가 시인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신 시인의 자신의 생활이 “단순하기 이를데 없다”고 이야기한다. 책에서 책으로, 길에서 길로 이어진 생활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몇 사람들과 단조롭기도 하고 경탄을 자아내게 하는 풍경들을 마주하는 삶 말이다. 하지만 시인의 말일 뿐이다. 그렇지 않다. 길 위에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곁을 내어주는 일이 어디 단순하단 말인가? 불어오는 바람, 우뚝 솟은 산, 저물어가는 노을, 물들어 가는 나뭇잎 등이 말을 걸어올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은가? 길 위에서 사유하는 것만으로도 시인의 시간은 복잡하기 그지 없을 터다. 마음은 불같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급속히 식어버리기도 할 터다.

 신정일 시인은 “나는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길 위의 사람’이다. 그렇게 길에서 보낸 나날이 많았고, 살만큼 살았는데도 가끔씩 길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가 많이 있다”면서 “눈앞이 캄캄한 고난 속에서, 더 이상 걸을 수가 없다는 느낌이 올 때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가 나온다. 더 많이 길을 잃고 헤매야 하는 그것이 내 운명이다”고 말했다.

 박태건 문학박사는 “신정일 시인의 이번 시집을 읽으며 그가 ‘아직도’를 견지하는 사랑의 힘으로 역사의 강물이 유장히 바다로 흘러갈 것을 믿는다”면서 “미래의 어느 시간에도 신정일 시인은 ‘아직도’를 찾아 걷고 있을 것이다”고 평했다.

 신정일 시인은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설립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쳤다. 1989년부터 문화유산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길 위의 인문학’을 진행하고 있다. ‘신택리지’를 비롯한 다양한 국토 인문서 발간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으며, ‘신정일의 동학농민혁명 답사기’ 등 100권이 넘는 저서를 펴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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