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기회,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낼 때다
전북의 기회, 기다리지 말고 만들어낼 때다
  • 안호영 국회의원
  • 승인 2023.11.21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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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영 국회의원
안호영 국회의원

살아가며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우리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을 곧잘 듣곤 한다. 하지만 이런 자기 위안은, 노력 없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특히 전라북도가, 전북도민이 직면한 복합적 위기는 뼈를 깎는 노력 없이 저절로 극복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지난 2021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북지역 경제력지수 및 균형발전 현황’에서 전북의 경제력지수는 5.3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소득수준, SOC 및 재정력, 산업발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실이 이러니, 이른바 ‘전북 꼴찌’라는 패배 의식이 팽배한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소외와 차별 탓이라며 무한정 지금의 처지를 비관만 할 수도 없다.

손자병법에서는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라고 했다. ‘다른 길을 찾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택한 ‘다른 길’은 다름 아닌 「전북특별법」의 제정이다. 이 법은 2022년 12월 28일, 177만 도민의 성원에 힘입어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초로 전북특별법을 대표발의한 필자로서는 2023년 새해 선물을 받은 듯 그 기쁨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내년 1월 18일이면, 우리는 128년간 이어져 온 전라북도의 이름을 역사에 남겨두고 ‘전북특별자치도’로 거듭나게 된다. 새로운 길을 닦아 좋은 목에 터를 잡았으니, 이제 우리 앞의 걸림돌을 치우는 일이 남았다. 지금의 전북특별법은 특별자치도의 정신과 기틀 정도만을 담고 있다. 실질적으로 ‘특별’자치도로서의 전북이 어떤 권한을 이양받고, 어떤 특례를 적용받을 것인지 그 내실을 채워 다지는 일이 남았다는 이야기다. ‘글로벌 생명경제 도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목전에 둔 지금, 전북특별법 전부개정안의 연내 처리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북도가 발굴한 모든 특례조항 하나하나가 주옥같지만, 필자는 특히 산업과 농업 분야의 특례조항 반영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 해당 분야와 관련해 두 차례 간담회를 열어 전라북도와 중앙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대안 모색에 집중했던 것이 좋은 시작이었다.

산업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수소특화단지 육성 특례 반영이 핵심이지만,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도내에서는 이미 수소산업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완주군이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최종후보로 선정되었다. 수소산업 육성의 거점이 될 준비를 모두 마친 만큼, 추후에라도 특화단지 지정요건과 절차를 면제 혹은 간소화해 그 속도를 높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수소생태계를 선점한다면,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가 지역에서 소비되는 분산에너지법 도입과 시너지를 내며 대규모 기업유치 등 괄목할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생명경제 도시’에 걸맞은 농업 분야 특례조항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정부가 ‘그린바이오 융합형 신산업 육성 계획’ 등을 발표하며 농업분야의 규제 샌드박스 성격인 농생명산업지구의 중요성이 커졌다. 농생명산업지구 내에서의 농업진흥지역 해제·농지전용 허가 등의 권한을 얻어와야 비로소 농지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져 새로운 기술과 기업을 유인할 수 있다. 기존의 전통적 농업에서 한 단계 나아가 종자·미생물·식품 등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업중심지 전북의 미래를 그려본다.

이 같은 특례조항을 알차게 담아낸 전부개정안이 ‘새로운 전북’의 주춧돌이 되어줄 것이다. 덧붙이자면, 새만금 특례조항을 마련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따라 새만금사업을 뿌리부터 흔드는 일은 다신 없도록 경계심도 늦춰서는 안될 일이다. 전북특별법 제정의 순간을 상기하며, 그보다 더 큰 도민의 성원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이라서, 호남이라서, 그중에서도 전북이라서 겪어야만 했던 삼중의 소외를 다시는 잊지 말도록 하자.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전북도민일보의 창간 35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도민의 입과 귀로 단단히 자리를 지켜주신 전북도민일보의 더 밝은 미래를 응원합니다.

안호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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