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이스라엘, 더 불쌍한 팔레스타인
불쌍한 이스라엘, 더 불쌍한 팔레스타인
  •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 승인 2023.11.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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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덕 전북대 교수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이번 전쟁은 지난 10월 7일 가자지구의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하여 200여명을 포로로 잡고 수백명을 죽이며 시작되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인 포로를 잡아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하마스대원과 교환하고 또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정상화를 막기 위해 침공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의 압도적인 무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더라도 자신의 명분을 세울 수 있고, 또한 습격의 결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학살하면 결국 아랍에서 분노가 치솟고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침공한 것이다. 아랍사람들은 이를 이스라엘이 불법점령한 땅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전쟁에서도 하마스가 먼저 침공을 했지만 이스라엘이 한달동안 가자지구를 폭격하며 이미 만명이 넘는 민간인이 죽었고 4만명 넘게 부상당했다. 이스라엘은 요단강 서안지역에서도 700여개의 정착촌을 세워 100만명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땅을 차지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도시와 마을은 벽을 세워 봉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자기마을에서 멋대로 벗어나면 이스라엘 군인이나 민병대에 체포되거나 살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저번 칼럼에서도 말했듯이 유대인들은 서기 2세기 로마에게 완전히 멸망하면서 중동과 유럽으로 흩어졌다. 거의 2000년 후에 돌아와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자신의 조상의 땅이라며 빼앗고 있다. 국제법적으로나 인륜적으로 말도 되지 않는 만행이다. 왜 이러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서구인들에게는 유대인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다. 2천년동안 유대인들을 예수를 죽게 했다며 증오하고 학살했던 잘못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로마시대부터 유대탄압이 있었고 1090년대 십자군이 독일과 예루살렘 등지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유대인을 대량으로 학살했고 또는 노예로 팔았다. 유럽에서 반복적으로 유대인 학살, 재산박탈, 추방이 이어지다가 20세기 나치독일의 600만 유대인 학살로 절정에 이르렀다. 나치는 폴란드나 우크라이나에서 유대인의 거의 90%를 죽였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이후 유럽인들의 유대인에 대한 동조가 크게 늘어났다. 백인들이 주로 살던 식민지 땅을 나눠줘도 되는데 결국 팔레스타인 땅을 유대인들에게 주었다. 팔레스타인은 이미 2000년 동안 대부분 아랍인들이 살고 있던 땅인데 갑자기 영국이 이 땅을 유대인에게 준 것이다. 유대인들은 유럽에서 학살당하거나 박해당하느니 2000년 전 조상이 살던 땅으로 가자는 운동을 시작하였고 유럽의 유대인 대부분은 결국 미국으로 이민을 가거나 이스라엘로 가게 되었다.

유대인들은 1930년대부터 영국이나 미국의 지원을 받아 그곳에 살던 아랍인들을 계속 쫓아내 자신의 땅으로 만들고 있다. 서구의 지원으로 이스라엘은 군사력과 국력에서 계속 아랍을 압도하고 있다. 또한 서구는 이미 중남미나 호주나 남아프리카처럼 남의 땅을 빼앗아 유럽인의 땅으로 만든 역사를 가지고 있고, 이스라엘이 기독교 땅이라는 의식도 강해,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의 땅을 빼앗아도 잘못된 일이라는 의식이 약한 편이다.

그 결과 팔레스타인은 지속적으로 이스라엘에 영토를 빼앗기고 있다. 가자지구에 사는 많은 사람들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하면서 집과 땅을 빼앗겨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난 사람들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사람들이 한번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든다. 팔레스타인의 땅인 서안에서도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어 팔레스타인 영토를 빼앗고 계속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하고 있다.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자기 땅에서 쫓겨나기보다 처절한 저항을 택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들의 목소리를 테러리스트의 궤변이라며 더욱 강력한 무력으로 응징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불법점령을 끝내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정덕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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