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과 기초연금 인상의 역설
국민연금 개혁과 기초연금 인상의 역설
  •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 승인 2023.11.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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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최낙관 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편안하고 안정된 노후’는 복잡다단한 삶을 꾸려나가는 우리의 공통된 목표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위한 희망사다리로써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된 이래 지금까지 35년 동안 안정된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을 위한 사회보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초저출산·초고령화, 저성장으로 인한 고용시장 약화와 고용형태 다변화, 빠르게 변화하는 부양의식과 세대 간 연대 약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은 국민연금 개혁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상정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는 1998년과 2007년 2차례 연금개혁을 단행했지만, 연기금 확보를 위한 보험료율은 인상하지 못하고 노후소득보장에 역행하는 소득대체율 하향 조정으로 심각한 국민적 저항을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제도개혁의 연장선에서 지난 10월 30일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의결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율과 수급개시연령, 소득대체율 등의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아 그 배경과 의도에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왜냐하면, 연금개혁 논의과정에서 “65세 이상 고령층 70%라는 목표 수급률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의 제안과 “목표 수급률 대신 소득인정액 기준을 적용하고, 점진적으로 수급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의 권고안이 정작 종합운영계획에는 빠져 있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국민연금 수급자 약 400만명의 월평균 수급액이 38만 5,000원임을 고려할 때(통계청 연금통계), 노인 빈곤 완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기초연금 40만원 인상은 역진적 소득재분배와 국민연금 왜곡을 부추길 수 있어 신중한 정책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OECD가 한국 경제보고서에서 왜 ‘기초연금 선별적 지급’을 주문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원론적으로 기초연금은 국민연금과 그 성격과 내용이 다르다. 기초연금이 글자 그대로 ‘연금’으로 불리고 있지만, 노인 빈곤을 완화하기 위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조세(국비와 지방비)로 지급하는 사회복지 수당이다. 따라서 ‘노후소득 보장 강화’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논의에서 기초연금을 분리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과 승리를 위해 노인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은 물론 향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해서 기초연금을 노인 전체에게 지급하는 방안 등이 여당인 국민의힘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은 이러한 인기영합주의적 정책제안보다 오히려 어르신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국민연금 연계 감액 문제가 빨리 해결될 필요가 있다.

2013년 현재 국민연금을 48만 4,770원을 초과해서 받을 경우, 기초연금이 50%까지 감액되는 고질적 문제뿐만 아니라 특히 기초생활 수급대상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을 경우, 받은 만큼 생계급여에서 전액 삭감되는 비현실적인 문제해결이 우선 되어야 한다. 노인 대부분이 보편적으로 받는 기초연금 혜택을 정작 최빈곤층 생계급여 수급 노인이 못 받는 일은 합리적이지도 정당화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개혁은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지만 개혁 방향과 방안이 정치 논리에 의해 흔들려서도 안 된다. 이점에 동의한다면, 국민과 정부는 손을 맞잡고 협력하여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노후소득보장과 재정안정화를 위한 국민연금 개혁이 우리 모두와 미래세대를 위한 선택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낙관 <독일 쾰른대 사회학 박사/예원예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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