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전축의 변화, 수도 천도(遷都) 그리고 지하수
지구 자전축의 변화, 수도 천도(遷都) 그리고 지하수
  • 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 승인 2023.11.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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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일년에 한 번 공전을 하고, 자전축을 중심으로 하루에 한 번 자전을 한다. 우리가 사계절을 경험하는 것은 지구가 북극과 남극을 기준으로 약 23.5도 기울어진 상태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6월 서울대 연구진이 지구의 자전축이 변화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미국지구물리학회(AGU)에 발표해 화제가 되었다. 1993년부터 2010년 동안에 지구의 자전축이 동경 64도 방향으로 약 80cm, 매년 약 4.36cm 이동했다는 것이다. 지구의 자전축은 대기압, 바람, 지진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이동하는데, 이번 연구발표가 화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자연적인 원인이 아닌 사람에 의한 과도한 지하수 사용이 해수면을 상승시켰고 지구 자전축까지 변화시켰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18년 동안 인류는 약 2,150기가톤, 즉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 8억 6천만 개를 채우고도 남는 양의 지하수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인도 북서부와 미국 동부지역과 같이 지하수 사용이 많은 지역은 해수면이 낮아지고, 반대로 다른 지역의 해수면은 상승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지구의 물질량 분포가 바뀌면서 지구의 자전축이 이동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까지는 이러한 자전축의 변화가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나 자연재해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지구의 작은 변화는 인류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지구 자전축 변화 외에도 지하수 개발이 우리의 삶을 직접 위협하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2045년까지 수도를 자바섬의 북부 해안도시 자카르타(Jakarta)에서 보르네오섬 칼리만탄 동부지역으로 이전하고, 새로운 수도 이름을 누산타라(Nusantara)로 정했다고 한다. 무슨 이유로 수도까지 옮기는 것일까?

 현재 수도가 위치한 자바섬에 집중된 정치·경제·사회적 인프라와 높은 인구밀도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인한 지반침하가 중요 이유 중 하나이다.

 수도 자카르타 지역의 상수도 보급률이 60% 정도로 낮아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수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고, 인구 증가에 따른 지하수 개발로 지반침하가 심화되고 있다. 자카르타 북부지역은 지난 10년간 2.5m 가라앉았고, 2050년까지 95% 정도가 물에 잠길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러한 지반침하는 비단 인도네시아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대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세계 33개 해안도시가 연간 10㎜ 이상 침하하고 있다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연평균 해수면 상승(2.6mm)에 비하면 4배 가까이 빠른 속도로 가라앉고 있다는 것이다.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인간의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과 이용이 해수면을 상승시켜 지구 자전축까지 변화시키고, 지반침하를 유발하여 수도 천도(遷都)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사실은 지하수 관리와 보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약 14억㎦의 물 중 담수는 겨우 3.0%에 불과하다. 특히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담수 중 99%가 지하수라고 하니 지하수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하루 약 816만톤의 지하수를 추출하여 사용하고 있다. 4,300개의 수영장에 물을 채울 수 있는 양을 매일 땅속으로부터 끌어 쓰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세대들도 지하수를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준비의 역설(preparedness paradox)’이라는 것이 있다. 사전에 준비하고 대처하여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준비 과정의 노력들이 불필요하게 느껴져 다음 위험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하는 상황을 이르는 말이다.

 준비의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대비를 중단하거나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지하수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후손들은 변화된 지구 자전축 때문에 사계절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송호석<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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