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희 산문집 ‘옥님아 옥님아’’…여든일곱 어머니와 나눈 다복다복한 이야기
유강희 산문집 ‘옥님아 옥님아’’…여든일곱 어머니와 나눈 다복다복한 이야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1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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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 잠이 깬 나는 어머니, 하고 가만히 불러 본다”

 유강희 시인이 펴낸 첫 번째 산문집 ‘옥님아 옥님아(걷는사람·1만5,000원)’은 여든일곱 어머니와 나눈 다복다복한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시인은 2009년 무렵부터 틈틈이 쓰기 시작해 올해까지 10여 년 동안 쓴 글을 모았다. 동시집도 활발하게 내면서 주변의 작은 존재들이 품은 온기를 포착하고, 천변에서 오리 보기를 즐기는 시인의 천진한 동심과 깊은 서정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빛을 발한다.

 책의 부제는 ‘어머니 손바닥에 제 손을 대어 봅니다’이다. 주름 많은 어머니의 손바닥에 아들의 손을 포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산문집은 생명의 근원인 어머니를 향해 바치는 헌사다. 손을 포개는 것은 어머니의 삶에 경의를 표하는 행위인 동시에 하나의 심장에 또 하나의 심장을 포개는 일처럼 거룩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시인은 되도록 어머니 말을 담으려고 애썼다. 스물한 살에 소금바우로 시집을 온 어머니는 봄이면 없는 살림에 산과 들로 나물을 캐러 다녔다. 먹을 게 넘처나는 요즘이지만 그리운 맛은 항상 가슴 속에 존재한다. 요양원 담벼락 아래서 어머니를 애타게 부르면서 어머니가 건강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어찌 시인 뿐일까.

 그렇다고 해서 꼭 어머니 이야기만 쓴 것은 아니다. 어려서 떠나온 고향의 아련한 기억, 전주공단이 있는 가난한 팔복동 사람들, 쓸쓸함도 포근히 품었던 천변 풍경, 사춘기의 끝없는 울분과 눈물도 이 책엔 한데 뒤섞여 있다. 뱀을 쫓고 쥐를 잡으며 안달복달하던 시절 얘기며, 추운 겨울 국수를 삶고 싱건지를 담그던 풍경이며, 삼신과 조앙신을 모시며 끊임없이 기도하던 옛사람들의 모습들까지 말이다.

 조금 지친 마음이 들 때 이 책을 펼치면 뭉클한 어머니가 이내 당신 곁을 지키고 있을 터다.

 유강희 시인은 “끝끝내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던 일들도 한식구처럼 따숩게 가슴을 맞대고 있기를 바랐다”며 “이제는 그만 흐르는 물가에 가만히 놓아주고 싶은 정든 풍경들이다”고 말했다.

 유 시인은 전북 완주 출생으로 198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동시집 ‘오리 발에 불났다’, ‘지렁이 일기예보’, ‘손바닥 동시’, 시집 ‘불태운 시집’, ‘오리막’, ‘고백이 참 희망적이네’를 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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