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완료, 이제는 정착을 기대한다
아동학대 조사 공공화 완료, 이제는 정착을 기대한다
  • 고귀한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 승인 2023.11.1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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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전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2020년 3월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2020년 10월부터 시·군·구 단위로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을 배치하여 학대 피해아동의 발견 및 보호조치 등의 전반적인 조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피학대아동 가정에 대한 심층적인 사례관리를 전담하도록 했다.

정부는 아동보호체계 공공화 사업 시행과 동시에 2023년 9월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이 기간 동안 공공과 민간에서는 각 분야에 대한 부족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전문성을 축적해야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아동보호체계의 공공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개편된 아동보호체계가 정부가 공포한 의지만큼 효율적이고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국내 아동보호체계는 빠르게 발전해왔지만 이를 수행할 인력이 부족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평균 근속연수가 짧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아동보호체계로의 개편 이전부터 지적되어 온 민간 인력의 누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여전히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처우는 더디게 개선되고 있고, 이들의 전문적 업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수준이 낮아 업무 소진이 빈번하게 발생하여 이직률이 높은 상황이다.

2021년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0년 전국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이직률은 34.4%, 상담원들의 평균 근속 년수는 3.4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보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 아동 보호’ 예산은 413억500만원으로 늘어 2022년 대비 8.3% 증가하는 데에 그쳤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연봉은 신입직원을 기준으로는 약 3,300만원 수준인데 정부 예산만으로는 경력에 따른 연봉 증액을 보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동을 보호하는 업무를 하는 상담원의 처우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수의 수준은 상담원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을 향상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부는 인건비 책정 시 호봉과 경력을 반영하도록 하여야 하며 사회복지시설 인건비 가이드라인을 준용하여 지킬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는 민간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대부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해서 행정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나, 아동학대라는 범죄 행위를 조사하고 이들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업무는 처음이다. 조사기술의 부족, 학대행위자의 저항과 거부, 피해아동의 진술 거부, 객관성 유지의 어려움, 분리 대상 아동의 의사를 고려한 적절한 보호조치 결정 등 극한의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에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발령 신청 및 휴직을 통해서 직무를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체계는 아동학대 현장조사 분야에서는 명확하고 전문적인 서비스가 아닌 민원을 피하는 식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아동학대 사례관리 분야에서는 잦은 담당자 변경으로 대상자와 질적인 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어, 결국 질 낮은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덧붙여서 고민해볼 문제는 개편된 아동보호체계 하에서 공공과 민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잦은 보직 변경, 상담원 퇴직 등은 공공과 민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저해하고 있다. 이원화된 아동보호체계가 당초 목표로 한 효과성을 담보하려면, 공공과 민간의 명확한 역할과 책임을 설정하고 상호협력을 지원할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아동보호체계에서 공공의 역할이 강화된 것은 우리사회가 진일보할 수 있는 긍정적인 일이다. 아동보호체계 이원화를 통해서 전반적인 체계를 잘 구축했다. 이 체계의 조직과 질서를 유지시키며, 발달하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이다. 이제는 이러한 체계가 원활히 작동하여, 우리나라의 아동보호체계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 중심의 환경을 조성하려는 세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고귀한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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