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고] 정치후원금으로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세요
[선거기고] 정치후원금으로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세요
  • 이효순 부안군선거관리위원회 선거주무관
  • 승인 2023.11.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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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순 부안군선거관리위원회 선거주무관

 직장인이라면 불우이웃돕기 등 알게 모르게 월급에서 지출되는 비용이 있다.

 어쩜 우리는 음으로 양으로 후원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비단 직장인뿐만 아니라 유치원에서도 후원 문화를 배우며 체험하고 있다. 누군가 넘어져 다시 일어설 용기가 없을 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는 것,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 주며 꺼져가는 생명에 촛불을 켜는 일을 그 어느 누가 마다하랴.

 텔레비전을 보다가 선천성 희소병에 걸린 아이가 할머니와 힘겹게 사는 모습을 보면 병원비라도 보태주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소말리아 아이들이 흙탕물을 마시는 걸 보면서 눈물이 뺨을 적시던 일도 있다. 이런 일에는 국민 누구나 십시일반 선의를 베풀지만, 정치 후원금은 왠지 인식이 좋지 않다.

 왜 대다수 국민은 정치후원금에 관심이 없고 유독 냉정할까?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첫째, 정치인들은 일반인보다 권력이 있고, 편하고 부유한 생활을 하는데 후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원이란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둘째, 후원금을 기부할 마땅한 정치인이 없어서이다. 뉴스를 보면 정치인들이 삿대질해 가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막무가내로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우며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피로감과 함께 실망한다.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또는 소속되어 있는 정당을 의식하는 정치인으로 비치기 때문에 후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셋째, 개인이 중앙선관위에 기탁금을 기부하고, 선관위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정당에 배분하여 지급하는데 내가 싫어하는 정당에 배분하는 게 못마땅해서 기부하기를 피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이유로 정치후원금을 꺼리지만 우리는 정치인에게 어떤 식으로든 유권자의 권리를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무관심은 또 다른 정치 폐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원은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받는 사람이 쓰임새에 맞게 잘 쓰는 것 역시 중요하다.

  ’후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니 어린 시절 읽었던 진 웹스터의 동화 ’키다리 아저씨’가 생각난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주디에게 후원자는 대학을 보내준다는 조건으로 한 달에 한 번씩 편지를 쓰게 한다. 주디는 약속을 지키고, 꿈인 작가가 된다. 친구 삼촌 저비스가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저비스에게 청혼받게 된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후원자가 없었다면 주디는 혼자의 힘으로 대학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작가가 되는 꿈마저 포기하지 않았을까?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에게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주었다.

 이렇듯 후원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백팔십도 바꿔놓기도 한다. 후원은 작은 손들이 모여 사회 전반을 변화시키는 나비효과를 일으킨다. 정치후원금 기부제도는 국민에게는 정치참여의 기회를 제공하고, 정당과 정치인에게는 정치자금을 원활히 조달하게 함으로써 소신껏 정치활동을 펼칠 수 있는 응원이 된다.

 건전한 정치문화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중추적 역할수행을 위하여 저와 함께 정치후원금으로 키다리 아저씨가 돼 주지 않으실래요?

 이효순 <부안군선거관리위원회 선거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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