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의 해법을 찾자
기후위기에서 새로운 경제 성장의 해법을 찾자
  • 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
  • 승인 2023.11.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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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br>
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

‘엘니뇨 현상’은 태평양 해양의 온도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일정 기간 동안 태평양 동부 해양의 표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아지면서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기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물론, 해양 생태계와 농업, 경제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따뜻해진 바닷물이 태평양 제트기류를 따라 이동하며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호주, 아프리카 등에는 건조한 날씨를 보이며 가뭄을 부르는 반면, 미국남부와 멕시코 지역에는 강수량이 높아지면서 폭우와 홍수가 나타나는데 이는 농작물 생산과 수확량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올해 미국 해양 대기청이 엘니뇨가 북반구의 겨울까지 지속할 가능성을 예상한 가운데, 이로 인해 강우량이 감소하면 세계 2위의 밀 수출국 호주의 밀 수확량 감소와 사탕수수 주요 생산국인 인도의 흉작으로 설탕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제 기후 문제와 환경이슈는 단순히 변덕스런 날씨와 자연 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사회, 산업 등 인간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 그리고 이제는 ‘기후 비상사태’로도 불리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가 기존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더 심각한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미국 다트머스 대학 연구팀은 1982~1983년, 1997년~1998년 엘니뇨 발생 이후 세계 경제활동에 대해 조사해 보니 엘니뇨 발생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기후위기에 따른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유럽투자 은행은 지난해부터 1kHh의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250g 미만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만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프랑스는 2015년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법에서 은행이나 투자기관들은 건전성 평가에 기후변화를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영국도 2021년부터 직장연금 수탁자를 대상으로 매년 기후문제를 공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기후변화 이행 리스크와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권은 고탄소 산업 관련 자산이 많기 때문에 2050년 지구 온도가 2℃ 오른다면 자기자본비율은 2.6%, 1.5℃ 오르면 5.8%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2040년 온실가스 저감 비용이 빠르게 상승하며 금융권의 경영 건전성 악화도 우려했으나 ESG경영을 통한 적극적인 친환경 투자로 온실가스 저감이나 저장, 이용기술 개발, 기후변화 리스크 요소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리스크에 취약한 자산 보유액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SG경영은 이미 금융권의 권고가 아닌 필수사항이 되면서 그 행보는 확산하고 있으며,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산정을 위해 주요 평가기준으로 탄소 중립 비중을 갈수록 높이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삶의 방식과 경제상황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적응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는 선택의 문제, 혹은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 생존을 위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도전해 나가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다행히 그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여러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산업으로 태양광, 풍력, 에너지 저장 기술, 에너지 효율 개선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 공급 사업은 물론, 친환경 교통수단인 전기 자동차 및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의 수요증가와 이차전지 기술, 충전 및 수소 인프라 구축과 유지 보수를 위한 기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 자동차 회사들과 2차 전지 업체들의 괄목할만한 성장은 고무적이다. 또한, 탄소 포집과 활용 및 저장(CCUS)기술도 주목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활용 및 저장하는 기술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향후 신산업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기후 변화를 암울한 미래로만 보지 말고 이를 긍정적인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새로운 경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는 둥글고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국가 이기주의, 지역 이기주의를 버리고 다음 세대에게 살기 좋은 지구를 물려 줄 수 있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방극봉 <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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