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딜레마, 식용유에도 적용된다
선택의 딜레마, 식용유에도 적용된다
  • 박은숙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 승인 2023.11.0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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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숙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겨울이 성큼 다가온다는 기상 예보에 첫눈에 대한 설렘도 있지만,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건강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과학적인 지식 없이 건강에 대한 생각만으로는 식품을 올바르게 선택할 수 없다. 식품영양학 전공자는 아는대로 실천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아는 만큼 보이기는 하는 것 같다. 영양소 중 하루 수십~수백 g을 섭취하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다량 영양소(macro nutrients)라고 한다. 그 중 지방은 1g당 9Kcal를 생성하는 단위 무게당 에너지 함량이 높은 영양소이다. 지방은 인체 구성 단위인 세포의 막을 구성하며, 절반 이상은 피하지방으로 존재하며 체온을 유지해 주는 필수영양소이다. 그러나 너무 많이 섭취하면 동맥경화증, 고콜레스테롤혈증을 발생시키는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대형마트 식용유 매대 앞에서 어떤 식용유를 구입할지 선택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동물성 지방보다 식물성 지방이 좋다는데 사실일까? 지방은 화학적으로는 글리세롤과 지방산이 결합하고 있다. 글리세롤은 비교적 단순한 물질이나, 지방산은 탄소의 수도 다르고 탄소의 결합 방식도 다르다. 지방산의 탄소 사이가 단일결합이면 포화지방산, 이중결합이면 불포화지방산이라고 한다. 포화지방산은 다량 섭취하면 혈액 중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일 수 있다. 상온에서 고체인 지방은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으며, 상온에서 액체인 지방은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 즉,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은 포화지방산 비율이 높고, 참기름, 들기름, 콩기름 등은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으므로, 식물성 지방이 동물성 지방보다 건강에 좋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생선은 동물성 식품이지만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으며, 식물성인 코코넛유와 팜유는 식품 산업에 많이 이용되고 있으나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

 동물성 지방은 어떻게 먹는 것이 효과적일까? 완전 채식주의자가 아닌 이상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게 된다. 같은 육류라도 부위에 따라 지방 함량이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성분표에 의하면 쇠고기 사태 100g에는 지방이 9g 함유되어 있으나, 등심에는 3배가 넘는 30g이 들어있다. 마블링된 고기는 맛은 있지만 지방은 많이 섭취하게 된다. 돼지고기 사태 100g에는 지방이 8g 들어있으나, 삼겹살에는 4배가 넘는 37g이 들어있다. 닭고기 가슴살 100g에는 지방이 1g 들어있으나, 날개와 다리에는 각각 13g이 들어있다. 눈에 보이는 지방을 가시지방(可視脂肪), 눈에 보이지 않는 지방을 비가시지방(非可視脂肪)이라고 한다. 육류에는 평균 20~30%의 비가시지방이 함유되어 있다. 김치찌개를 할 때 지방이 많은 돼지고기를 넣으면 ‘돼지고기 김치찌개’가 아니라 ‘지방 김치찌개’라고 불리는 것도 맞을 듯하다.

 조리용으로는 어떤 식용유를 구입해야 할까? 식용유는 조리 방법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연기가 나기 시작하는 온도를 발연점이라고 하는데, 기름이 발연점 이상이 되면 지방이 글리세롤과 지방산으로 분해되고, 인체에 해로운 아크롤레인을 생성한다. 볶기, 부치기, 튀김은 고온에서 조리하므로 발연점이 높은 기름을 선택해야 한다. 콩기름, 옥수수유는 발연점이 220℃ 이상으로 높아 고온 조리에 적합하다. 나물이나 샐러드는 열을 가하지 않으므로 발연점이 높지 않은 참기름, 들기름을 사용하는 것도 무난하다. 지질은 산화가 빨리 일어나므로 구입할 때 유통기간을 참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버터 대용품으로 마아가린을 사용하면 어떨까? 버터는 우유의 지방으로 만들며, 마아가린은 버터 대용품으로 개발되어 값이 저렴하다. 마아가린은 액체인 식물성 기름에 수소를 첨가하는 가수소화 과정을 거쳐 고체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가수소화 과정에서 수소가 서로 반대 방향에 위치하는 트랜스 지방산으로 전환된다. 트랜스 지방산은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으므로 ‘한국인 영양소섭취기준’에서는 에너지의 1% 미만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가정에서 기름은 어떻게 보관해야 안전할까? 기름은 빛에 의해 산화가 촉진되므로 착색병에 넣는 것이 좋으며, 온도가 높을수록 반응 속도가 증가하므로 저온에 보관해야 한다.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뚜껑은 꼭 닫아야 하고, 조리 용기는 금속이 아닌 스테인레스스틸을 이용한다. 튀김은 기름이 산소와 접촉하는 면을 줄이기 위해 표면적이 좁고 깊숙한 용기를 사용하며, 기름을 재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지식이 있다고 태도가 바뀌지 않을 수 있으며, 태도가 바뀌어도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한다. 이번 주말에 지방 섭취 관점에서 가정의 식생활을 점검해 보시면 좋겠다.

 박은숙 원광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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