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때리기와 메가서울, 대통령의 ‘서울시대’
새만금 때리기와 메가서울, 대통령의 ‘서울시대’
  • 한병도 국회의원
  • 승인 2023.11.0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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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도 의원
한병도 의원

“이제는 지방시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지난 2일 균형발전의 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바야흐로 지방시대의 개막을 선포했다. 지방의 교육과 의료를 혁신하고 기업 유치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거창한 ‘지방시대 선포식’은 불과 며칠 전 집권여당이 꺼내든 ‘메가서울’ 이슈에 완전히 파묻혀버렸다. 김기현 대표를 위시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포시를 비롯한 광명시, 하남시, 구리시 등 주요 수도권 도시들을 서울로 편입하겠다며, 부산 출신 5선 중진의원을 위원장으로 세워 당 차원의 특위까지 발족시켰다. 특히 국민의힘은 사전에 충분한 설계와 준비 없이, 주민이 뜻을 모아 신청하는 도시들은 편입시키겠다고 발표해 사실상 수도권 전체를 ‘도떼기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 심리는 즉각 폭발적으로 반응했고, 수도권의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과 국회의원들은 앞다투어 ‘나도 서울’을 외치고 있다. 대통령 주도로 발표한 ‘제1차 지방시대 종합계획’에 발맞춰 ‘이제는 지방시대’를 외쳐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여권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필두로 너도나도 ‘이제는 서울시대’를 열겠다며 서울 편입 경쟁전에 가열 차게 뛰어드는 형국이다.

이쯤되면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열겠다는 시대가, ‘지방시대’인지 ‘서울시대’인지 궁금하다. ‘지방시대’를 외피로 내걸고, 내용은 ‘서울시대’를 위한 메가서울 정책을 추진하는 행태는 국민의힘 전직 대표가 대통령을 가리켜 말했던 ‘양두구육’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전북도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방시대’ 강조에 의구심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전북의 미래성장동력이자 최대 인프라 구축사업인 새만금 개발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의 안일한 준비와 미숙한 대응으로 빚어진 잼버리 파행의 책임을 애꿎은 새만금 SOC 사업에 돌리고, 78%라는 전례 없는 특정 지역 SOC 삭감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새만금 개발사업이라는 대들보를 뽑아가 놓고는, 지방을 잘살게 해주겠다며 태연하게 ‘지방시대’를 이야기하는 대통령의 이중성에 전북 지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지방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을 더 키워 메가시티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자칫 지방의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서울 블랙홀’을 더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이미 OECD국가 중 수도권 집중이 가장 심한 국가이며, 수도권으로 청년이 몰려들어 경쟁이 심화된 탓에 심각한 저출산 문제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또한, 동 보고서는 비수도권 거점 도시 위주 성장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주요 SOC, 문화·의료 시설 등을 비수도권 거점도시에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을 거점으로 한 메가시티를 확대하겠다는 정부·여당의 기조와는 정반대의 결론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지방소멸과 저출산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봉착해있다. 그간 윤석열 정부가 해온 정치공학적 접근과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결코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비수도권 도시들을 어떻게 살릴지를 논의하기도 전에, ‘메가서울’ 논의부터 블랙홀처럼 빠져들어서는 결코 ‘지방시대’를 열어갈 수 없다. 새만금 경제권을 비롯해 비수도권의 주요 거점도시를 충분히 강화하는 ‘비수도권 메가시티’가 먼저다. ‘이제는 지방시대’가 정말 대통령의 진심이라면, 난도질당한 새만금 예산부터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한병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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