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1월 9일 돌아오는 119 소방의 날이 올해 61주년을 맞았다. 이에 본보는 빼어난 영어 실력으로 언어장벽을 넘어 외국인 환자들의 구급 상황에 대처하면서 동료들은 물론, 시민들의 귀감이 된 소방관을 만났다. 바로 군산소방서 소속 윤용구(33) 소방교가 그 주인공이다.
윤용규 소방교는 지난 2018년 화재진압 분야 공채로 소방공무원에 입문했다. 군산소방서가 초임이다. 이어 2년간 전주완산소방서에서 근무, 지난 1월 다시 군산으로 돌아와 근무 중이다.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공장단지에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군산시의 특성 상 외국인을 상대할 일이 잦았지만, 윤용구 소방교가 외국인 구급활동에 나서게 된 첫 계기는 그의 표현대로 영어가 ‘툭’ 튀어나오면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여성에 대한 구급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지만, 해당 환자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다 보니 정확한 부상 경위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큰 상황이었다. 이에 소중한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윤용구 소방교가 급히 건넨 영어 한마디에 드디어 소통의 물꼬가 트였고, 이내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실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윤용구 소방교의 영어 실력은 대학시절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시간을 보내며 느낀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윤 소방교는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만큼 각양각색 개성을 가진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영어의 매력이었다”며 “이어 영어를 더 배워보고 싶어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원어민이 아니다 보니 언어적으로 위축되는 걸 느끼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구급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상 깊었던 현장이 있었는지 묻자, 잠시 고민하던 윤용구 소방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떠올렸다. 당시 잼버리 영내 열사병 환자가 더러 발생했던 터라, 구호활동을 위해 윤 소방교도 배치된 터였다. 이 중 한 핀란드 국적 학생이 열사병으로 인해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공황 증세를 보여 윤 소방교가 영어로 소통하며 긴급치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윤 소방교는 “학생을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다 보니, 1시간여 동안 구급차를 함께 타고 가야 했다”며 “아직 어린 학생인데 말도 통하지 않는 먼 타국에서 병원을 가야할 만큼 아픈 모습이 안타깝고, 학생 스스로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너무 무서울 것 같았다. 학생이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게끔 영어로 대화를 나눴던 게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근래 동료들이 외국인 구급활동 시 알게 모르게 전담시킨다’며 장난스런 웃음을 보이는 윤용구 소방교의 앞으로의 포부도 들어볼 수 있었다.
윤 소방교는 “현재 영어 위주로 외국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나아가선 스페인어와 중국어 등 새로운 언어를 습득해 더 많은 국적의 사람들에게 양질의 구급활동을 제공하고 싶다”며 “누구나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어떠한 언어적 장애물이나 차별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 환자들의 입과 귀가 될 수 있는 소방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 김양서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