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어난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 구급활동 나서는 윤용구 소방교
빼어난 영어 실력으로 외국인 구급활동 나서는 윤용구 소방교
  • 이규희 기자·김양서 수습기자
  • 승인 2023.11.08 1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 환자의 입과 귀가 되겠습니다”

 매년 11월 9일 돌아오는 119 소방의 날이 올해 61주년을 맞았다. 이에 본보는 빼어난 영어 실력으로 언어장벽을 넘어 외국인 환자들의 구급 상황에 대처하면서 동료들은 물론, 시민들의 귀감이 된 소방관을 만났다. 바로 군산소방서 소속 윤용구(33) 소방교가 그 주인공이다.

 윤용규 소방교는 지난 2018년 화재진압 분야 공채로 소방공무원에 입문했다. 군산소방서가 초임이다. 이어 2년간 전주완산소방서에서 근무, 지난 1월 다시 군산으로 돌아와 근무 중이다.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공장단지에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군산시의 특성 상 외국인을 상대할 일이 잦았지만, 윤용구 소방교가 외국인 구급활동에 나서게 된 첫 계기는 그의 표현대로 영어가 ‘툭’ 튀어나오면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적의 여성에 대한 구급 신고가 들어와 출동했지만, 해당 환자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다 보니 정확한 부상 경위를 설명하는 데 어려움이 큰 상황이었다. 이에 소중한 생명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윤용구 소방교가 급히 건넨 영어 한마디에 드디어 소통의 물꼬가 트였고, 이내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실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윤용구 소방교의 영어 실력은 대학시절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시간을 보내며 느낀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윤 소방교는 “다양한 국가에서 모인 만큼 각양각색 개성을 가진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견문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영어의 매력이었다”며 “이어 영어를 더 배워보고 싶어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원어민이 아니다 보니 언어적으로 위축되는 걸 느끼면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의 구급활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상 깊었던 현장이 있었는지 묻자, 잠시 고민하던 윤용구 소방교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떠올렸다. 당시 잼버리 영내 열사병 환자가 더러 발생했던 터라, 구호활동을 위해 윤 소방교도 배치된 터였다. 이 중 한 핀란드 국적 학생이 열사병으로 인해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등 공황 증세를 보여 윤 소방교가 영어로 소통하며 긴급치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히 윤 소방교는 “학생을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다 보니, 1시간여 동안 구급차를 함께 타고 가야 했다”며 “아직 어린 학생인데 말도 통하지 않는 먼 타국에서 병원을 가야할 만큼 아픈 모습이 안타깝고, 학생 스스로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너무 무서울 것 같았다. 학생이 마음의 안정을 취할 수 있게끔 영어로 대화를 나눴던 게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답변했다.

 마지막으로, ‘근래 동료들이 외국인 구급활동 시 알게 모르게 전담시킨다’며 장난스런 웃음을 보이는 윤용구 소방교의 앞으로의 포부도 들어볼 수 있었다.

 윤 소방교는 “현재 영어 위주로 외국어를 구사하고 있지만, 나아가선 스페인어와 중국어 등 새로운 언어를 습득해 더 많은 국적의 사람들에게 양질의 구급활동을 제공하고 싶다”며 “누구나 생명이 위험한 상황에서 어떠한 언어적 장애물이나 차별 없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외국인 환자들의 입과 귀가 될 수 있는 소방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규희 기자 · 김양서 수습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