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약자와 관광향유권
관광약자와 관광향유권
  • 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 승인 2023.11.0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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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滿山紅葉(만산홍엽)

 모든 산하가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었다. 출퇴근길에 바라보는 전주 신시가지 가로수 모두가 단풍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번 주에는 우리 고장 내장산, 덕유산 등도 모두 단풍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모두 마친 것이 마치 새색시 시집가는 날을 기다리듯 한다.

 유달리 단풍을 좋아하는 나는 하루라도 더 빨리 단풍을 맞이하고 싶은 조바심에 설악산에 다녀왔다.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새벽바람을 바람잡이로 설악산으로 향하였다. 마침 설악산의 단풍이 절정에 다른 시점이었고, 날씨마저 쾌청하여 전주에서 출발한 우리 爽秋客(상추객)의 가슴을 마음껏 뒤흔들어 놓았다. 처음 도착한 고즈넉한 백담사에서 만해의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갔습니다’의 시구처럼 그렇게 백담사의 단풍을 만끽하였다. 단풍을 호위하는 기암절벽이 늘어선 비경을 뽐내는 한계령, 우아하고 화려한 주전골, 비선대, 그리고 금강굴과 울산바위에 오르는 여정은 육신의 수고로움 따위는 마음의 풍족함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렇게 단풍을 가슴에 안고 설악산 국립공원 입구에 다다를 무렵이었다. 어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수염을 기른 개량 한복을 입은 사람이 “케이블카 철거”어깨띠를 두르고 다중을 향하여 하는 말을 들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철거해야 합니다. 이곳 케이블카를 철거하기는커녕 한군데 더 설치를 한다 합니다”라며 상추객들의 이목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아마도 설악산에 설치된 케이블카를 철거하고 새롭게 설치하려는 오색케이블카의 설치를 반대한다는 주장 같았다. 그때 개량 한복만큼 수염은 기르지 않았으나 나이는 훨씬 더 들어 보이는듯한 강원도 사투리로 중무장한 어르신 한 분이 “거 시끄러운 소리 그만하소. 나같이 나이 먹은 늙은이는 케이블카 없었다면 설악산에 올 생각도 못 했소”라며 툭 쏘아붙이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려가고 있었다.

 나 역시도 케이블카에 탑승하고 싶었으나 예상 대기시간이 3시간 이상으로 이를 포기한 아쉬움이 있던 차에 개량 한복과 수염 안 기른 어르신 간의 대화가 여간 흥미롭지가 않았다.

 현재 전국에 설치 운영되어 있는 케이블카는 약 20여 개소에 달하고 있고, 설치를 준비하는 곳 역시 약 20여 개소에 달하고 있다.

 케이블카라고 하여 모두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다. 현재 운행 중인 케이블카 중 흑자를 보는 곳은 설악산 케이블카와 여수 케이블카, 목포 해상케이블카 정도이고, 나머지는 수익이 미미하고 적자를 보고 있는 곳도 있으나, 이는 케이블카 운영과 관련된 직접적인 수입을 말할 뿐이고, 그로 인한 지역 상권의 활황 효과가 상당할 것은 자명하다.

 우리 전라북도에도 내장산과 대둔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내장산 케이블카는 박정희 정권 때 설치허가가 났고 1980년 영업을 개시하였고, 대둔산 케이블카는 1990년부터 운영이 시작되었는데 그 수익에 관하여는 자료가 없어 불분명하나 커다란 수익을 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설악 케이블카야 관광 집중도가 높은 설악산과 수도권의 접근 편이성이 있어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목포와 여수의 해상케이블카의 성공적인 운영의 비결은 무엇인지 우리도 많은 숙고를 해야 할 문제이다.

 이제 우리는 케이블카의 설치 운영에 대하여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대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은 아닌가 싶다.

 필자나 친구, 지인들과 함께 모악산 등반이라도 꺼내는 경우 험한 지세와 신체적 노쇠를 내세워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인구는 머지않아 65세 이상이 절반을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직 인생의 여정은 많이 남아있고 가보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도 많다. 환경보호도 좋고, 자연보호도 좋으나 노유자, 장애인 등의 관광약자의 관광향유권 차원에서 설치 운영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적자가 우려된다면 특정한 날을 지정하여 사전 예약제로 운영하는 등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노유자, 장애인 등 관광약자들의 삶의 질은 얼마나 좋아질 것인가?

 혹자는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환경훼손과 서식하는 동식물들의 서식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할 것이나, 케이블카 설치로 환경이 훼손되고 그곳에 서식하던 동식물들이 사라졌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하였고, 오히려 지나친 등반로에의 통행 집중화로 등반로 곳곳이 깊게 패이는 환경훼손의 우려가 더 큰 것은 아닌가 싶다. 위에서 언급한 개량한복과 수염 안 기른 어르신의 대화가 내내 곱씹어진다.

 이제는 케이블카를 단순히 관광이나 수익 창출의 개념이 아닌 관광약자들을 위한 교통수단이나 관광향유권의 하나로 판단하는 발상의 전환은 어떨까?

이성순<(유)효원 대표/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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