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관 시인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자상하고 정직한 ‘김수영의 시’ 길라잡이
황규관 시인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자상하고 정직한 ‘김수영의 시’ 길라잡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1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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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손꼽히는 김수영. 그러나 어렵고, 난해하다는 편향적인 비평들만 그의 주변을 떠다닐 뿐 김수영을 읽었다거나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이는 드물다. 그만큼 일반 독자들이 접근할 만한 작품도 흔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독자들이 김수영을 읽지 못하게 하는 방해 요인이기도 했을 것이다.

 황규관 시인이 다시 김수영을 말한다. 지난 2018년 펴낸 ‘리얼리스트 김수영(한티재)’ 이후 5년 만이다.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책구름·2만1,000원)’은 지난해 가을 전주시 금암도서관에서 진행한 대중 강연을 기초로 집필됐다.

 황 시인은 책머리에 “지난번 책에서 대체로 김수영의 시를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는 김수영을 읽는 나름의 ‘일(一)’을 견지하고자 했다”면서 “김수영에게 시를 품고 사는 것은 현실에서 아직 펼쳐지지 않은 다른 세계를 꿈꾸는 일이었다. 이것에 대한 작품적 증거는 너무도 쉽게 확인될수 있으며, 그것을 나름 밝히는 것이 이 책을 쓰게된 동인이 됐다”고 설명한다.  

 책은 개인의 문제와 역사의 문제를 한 몸으로 삼고 혁명에 미쳐 날뛴 시인 김수영을 조명한다. 1945년 자굼 ‘공자의 생활난’부터 1968년 마지막 작품인 ‘풀’까지 관통하는 김수영의 ‘일념’을 중심으로 김수영의 시와 산문, 삶을 이야기해 준다.

 저자는 한국과 세계의 역사적 현실 위에서 김수영이 평생 버리지 않았던 ‘꿈’이 어떻게 그의 시를 이끌어 왔는지, 김수영의 “온몸을 밀고 나가는” 정직한 글쓰기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김수영 시의 내부를 탐색하기 위해 산문을 과감하게 끌어들인 시도는 전체적으로 ‘김수영 읽기’를 풍성하게 해준다. 전쟁과 역사의 폐허 위에서 김수영이 잃지 않았던 바람, “영원히 나 자신을 고쳐 가야 할 운명과 사명”의 비원(悲願)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책의 제목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는 ‘사랑의 변주곡’의 한 구절이다. 저자가 보기에 김수영의 미래를 향한 시적 외침이자, 그가 살아온 시간과 역사가 응축된 언어이다.

 황규관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삼례에서 자랐다. 전태일문학상을 받고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시집으로는 ‘패배는 나의 힘’, ‘태풍을 기다리는 시간’, ‘정오가 온다’, ‘이번 차는 그냥 보내자’, ‘호랑나비’, 산문집 ‘강을 버린 세계에서 살아가기’, ‘문학이 필요한 시절’ 등이 있다. 제22회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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