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정 경찰대학 교수가 전북 김제에서 2년을 거주하며 완성한 책 ‘한국전쟁과 지역사회’
이윤정 경찰대학 교수가 전북 김제에서 2년을 거주하며 완성한 책 ‘한국전쟁과 지역사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1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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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계에서는 지역사와 경찰사가 연계된 연구 성과를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로 경찰 문서의 보존기간 경과로 인한 자료 확보의 불가능성에 있으며, 설령 남아있다 하더라도 당국의 공개에 관한 폐쇄적인 결정 때문이다. 연구자들이 개인이 소장한 자료를 발굴하지 않는 이상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이윤정 경찰대학 교수가 쓴 ‘한국전쟁과 지역사회(소명출판·2만7,000원)’는 이러한 불리한 조건을 극복해낸 저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제군에서 일어난 전투, 동원 그리고 사찰’이라는 부제에서 파악될 수 있듯 1950년대 한국전쟁의 참사, 끊임없이 전개된 경찰과 국군의 항전 등 아픔을 연구한 내용이다.

 저자는 미군정기 때부터 1950년대까지 전라북도 김제경찰서에서 근무했던 한 경찰관이 소장한 경찰문서 등을 입수했다. 그 문서들은 한국전쟁기 김제경찰서의 모든 활동을 수기로 정리한 ‘관내상황’, 전라북도경찰국이 수복한 후 처음으로 전투상황을 기록한 ‘1950년 11월 관내상황’, 각종 사찰 문서와 주민의 탄원서 등으로 모두 중요한 내부 자료들이었다.

 저자는 이 문서들을 정리·분석했지만 현지에 가지 않고선 보다 더 깊은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김제시 부량면과 만경읍 등에서 2년을 거주하면서 이들 자료에 나온 마을 등을 방문하거나 주민들을 접한 후 마침내 책을 완성했다.

 저자는 다양한 1차 자료를 통해 경찰이 한국전쟁이 전개되는 동안 무력을 기반으로 국체를 보존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갔다는 것을 밝혀 나갔다.

 경찰은 전시라는 이유로 인체의 신경망과 같은 조직을 적극 활용해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했다. 다음, 정전된 후에는 ‘반공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빨치산간의 전투를 치열하게 수행했다. 이어 ‘반공국민’으로 존속시키기 위하여 일제강점기부터 계속된 사찰활동을 극대화했다.

 그럼에도 지역 주민들은 야만의 시대에 행해진 경찰의 일탈행위를 보고만 있지 않았다. 주민들이 김제경찰서에 제출한 탄원서 등을 분석한 결과, 그들은 단독 또는 마을 주민의 대표자로서 각종 부조리를 바로 잡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였다. 저자는 그 과정을 가능한 상세하게 담고자 했다.

 이윤정 교수는 서문에서 “하나의 역사상은 ‘사료’라는 많은 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점이 다양하고 상세할수록 이 역사상은 더욱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면서 “이처럼 지금 우리가 보는 역사상은 ‘정답’이 아닌 ‘해답’으로 인식하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새로운 ‘사료’가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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