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파리가 학교에서 살아가는 법 (2)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 바라보기
홍파리가 학교에서 살아가는 법 (2)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이들 바라보기
  • 홍은영 전주 인후초 교사
  • 승인 2023.11.0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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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친구>에서 보면 선생님들이 꼭 이렇게 말을 합니다. “너 임마, 근데 선생님한테 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지금은 영화처럼 아이들에게 폭력을 쓰면 정말 큰일 나죠.

요즘 아이들은 자기 기분을 숨기지 않고 저에게 거칠게 요구할 때가 많습니다. 가인이는 일마다 화를 냅니다.

“밥 안 먹고 갈 거예요. 선생님이 늦게 끝내줬잖아요. 이게 뭐예요?”

“시시해요. 재미없어요. 이거 하자구요.”

마음에 여유가 있으면 가인이 뜻을 받아주고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는데, 교사도 사람인지라 아이한테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그 화에 꼴딱 넘어가면 안되는데, ‘넘어간다, 넘어가.’ 머릿속에 그 과정을 뻔히 들여다보면서도 아이들에게 큰 소리 낼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막 큰소리 낸 날은 기분이 영 안 좋습니다. 아이들 때문이 아니라 저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이들 도발에 또 넘어갔다고,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니 그렇습니다. 정신을 더 단단히 매어야지요. 마음을 잘 챙겨야 합니다.

내 마음을 가만히 들어다보면 ‘가인이 말투 때문에 내가 화났구나.’ 알게 됩니다. 가인이 안에 있는 모습은 보지 못한 채, 가인이 겉모습에 화를 냈지요. 가인이 안에 있는 모습을 자주 들여다보고, 가인이를 마음을 이해해보려고 합니다.

“전 여기서 밥 먹을 거예요.”

급식실에서 친구들은 안쪽으로 들어가는데, 가인이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바깥쪽에 앉습니다.

“그래. 거기 앉아도 되니 나한테 소리는 지르지 말아 줘.”

웃으며 얘기하니 가인이가 한 발짝씩 안쪽으로 들어가 친구들 곁으로 가 밥을 먹습니다. ‘가인이 안에 있는 모습을 보자. 가인이 말투와 태도에 가려서 가인이 마음을 놓치지 말자. 마음에 여유를 갖자. 아이들 꼴을 잘 보자.’ 저에게 오늘도 외쳐봅니다. 그런데 왜 이런 마음은 남편에게는 갖기 힘들까요?

홍은영 전주 인후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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