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차이의 극복은 이해로부터
세대 차이의 극복은 이해로부터
  • 이대현 인구보건복지협회 인구교육 강사
  • 승인 2023.11.0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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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인구보건복지협회 인구교육 강사

 2002년도의 가장 큰 이슈를 떠올리라고 한다면 아마도 한일 월드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렇다. 전 국민이 거리에 나와 빨간색의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던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가슴 벅찬 감동으로 추억 속에 남아 있다.

 작년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구변화 대응을 위한 인구교육 강의를 진행하던 도중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나는 어린아이 놀이기구 타듯 혼자 들뜬 감정으로 그 날의 기억을 학생들에게 신나게 떠들어 댔다. 내가 느꼈던 그 경험과 감동을 이 학생들과 같이 공감하고 싶었던거다.

 그러나 그 생각은 나만의 착각으로 끝났다. 이 학생들에게 2002년도는 태어나기 전이거나 고작 1~2살에 불과한 갓난아기 수준의 연령대여서 그 순간을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로서는 전혀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이 학생들에게 2002년 한일 월드컵은 임진왜란급의 이야기쯤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강의를 하다 보면 젊은 세대와의 소통이 힘들어진다는 걸 느낀다. 때로는 차이감을 느끼면서 당황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힘들때도 있다. 특히, 세대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외국인을 대하는 것처럼 소통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있다. 오죽하면 100세 시대를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10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조상님들의 평균 수명은 40세 전후셨고, 다시 또 100년 전으로 가면 평균 30세 중후반에 불과하셨다. 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평균 수명이 18세에서 20세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금은 100살 가까이 사는 시대가 됐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그만큼 훨씬 더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나이 든 세대와 젊은 세대가 같이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 없었다. 인간의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수명이 늘어난 만큼 같이 공존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요즘은 한 세대를 3년으로 본다고 한다. 한 세대의 주기가 짧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세대간의 차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보니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들에게 ‘고장 난 라디오 같아’ ‘했던 말 또 해’ ‘꼰대야’ ‘저 자리 빼면 신입 3명은 더 뽑을 수 있을텐데’ 이런 얘기를 한다. 반면에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에게 ‘버릇이 없어’, ‘저 밖에 몰라’, ‘회사에 놀러온거야?’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서로가 서로를 이렇게 잘못된 시선으로 보게 되면 하나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봐줘야 할까? 관점을 조금 달리 보는 것이다. ‘솔직한데’, ‘단순한데’, ‘내가 못하는 말도 하네’, ‘팀장님 일하는 방식이 시원시원하네’라는 식의 긍정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결국 세대간의 갈등은 나와 다른 부분을 틀렸다고 생각하기에 일어나는 것이다.

 ‘잘못됐다’, ‘너는 왜 그러냐?’, ‘이해가 안돼’가 아닌 ‘아 그래 충분히 그럴 수 있다’와 같이 서로의 긍정적인 모습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보자. 서로가 화내고 잘못됐다며 싸우는 대신에 ‘내가 저 사람에게 얻어갈게 있나? 배울게 있나?’ 차라리 이렇게 접근해 보는 것도 세대 간의 격차를 자연스럽게 좁힐 수 있는 방법이 되리라 확신한다.

 세계적인 언어심리학자 마이클 토마셀로는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더 지혜롭고 다음 세대보다 덜 지혜롭다”내 경험상 ‘그래 맞아, 젊은 친구들이 더 똑똑하지’라면서 이 말에 공감하시는 분들은 평소에도 배울 게 정말 많은 분들이셨다. 하지만 ‘무슨 말도 안되는 얘기야, 젊은 친구들이 뭘 알아?’라면서 이 말에 공감하지 못하시는 분들은 내 경험상 배울 게 별로 없었던 분들이셨다. 기성세대로 살아가고 있는 필자에게 마이클 토마셀로의 이 말은 지금도 내 마음 한켠에 깊은 울림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대현 <인구보건복지협회 인구교육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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