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이 호소하는 새만금 예산 삭감의 부당성
마라톤이 호소하는 새만금 예산 삭감의 부당성
  • 최재용 전라북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
  • 승인 2023.11.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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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최재용 정읍시 부시장

지난 10월 26일 10시, 전라북도의회 앞마당에서 박정규 도의원이 최고령의 황영석 도의원과 젊은 윤수봉 도의원의 격려를 받으며 총거리 280km에 달하는 마라톤을 출발했다. 지난 8월말 국회에 제출된 2024년 정부예산안에 담긴 새만금 SOC 및 기반조성 관련 예산이 80%나 대폭 삭감된 것의 부당함을 호소할 목적에서다. 새만금 예산의 날벼락 같은 대폭 삭감에 항의하는 범도민 총궐기대회가 열리는 11월 7일 오후 2시까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계획이라고 한다.

내년도 새만금 정부예산안 편성과정에서 무엇이 그토록 잘못되었기에 항의 삭발과 두 달째 지속되고 있는 단식농성을 이어가던 도의회가 급기야 이렇게까지 몸부림을 치고 있는 걸까?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새만금 SOC 및 기반조성 관련 예산들이 8월 중순 어느 시점에 갑자기, 그동안 검토되어 오던 내용과는 너무 큰 차이로, 납득할 수 있는 논리적 설명도 없이, 각 중앙부처에 일방적으로 삭감 통보된 형태로 최종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8월 2일 대통령님이 참석하신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 때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8월 29일 발표된 정부예산안 발표에서는 새만금신항,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 새만금지구 내부개발과 같은 사업들은 향후 2~3년내 마무리 단계에 와있는데도, 부처 요구액의 78%를 삭감하고 고작 22%만 반영했다.

특히 8월 공모 접수된 기본설계 심사를 마치고 올해 가을부터는 실시설계를 시작해야 하는 새만금신공항이나, 발주내용 협의를 마치고 8월 중에 조달청에 입찰의뢰를 하고자 했던 새만금 내부연결도로는 까닭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절차이행을 중단시키며 먼 산만 바라봐야 할 처지가 되었다.

특히나 거친 바다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새만금신항이나 가력항 확장 공사 현장의 경우 공사 일정에 맞춰 적정규모의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존 공사의 훼손이나 멸실도 있게 되고, 전체적인 시설물의 안전성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또한 사업기간이 늘게 되면 기업에도 손실되겠지만, 결국 총사업비도 늘게 되어 정부가 부담할 예산도 증가하게 된다. 예측할 수 없거나 통제할 수 없는 외부변수로 늘어나는 총사업비 증가는 어쩔 수 없다 할 것이다. 하지만 향후 일어날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정부예산 지출이 늘어난다면, 결국 구상권 청구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끝으로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예산안에 첨부되는 서류 중의 하나가 예산성과계획서이다. 하지만, 이걸 보면 다급하게 예산액을 대폭 삭감하는 과정에서 미처 고치지 못한 어색한 문구가 곳곳에 등장한다. 갑자기 통보받은 예산 삭감 부분을 다급하게 고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데, 이를 두고 어찌 힘없는 부처 담당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며칠 전 10년 넘게 중국 국무원 총리를 지내다 올해 3월 퇴임한 리커창 전 총리가 갑자기 별세했다고 한다. 한중 관계나 복잡한 중국 내 정치 상황에 대한 판단은 뒤로하고, 단순히 그가 2015년 중국 양회에서 남긴 말, ‘대도지간(大道至簡) 유권불가임성(有權不可任性)’은 여전히 깊은 울림이 있다.

‘올바른 정책이란 지극히 간단하다. 내게 주어진 권한을 내 맘대로 행사하지 않는 것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재용<전라북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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