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뜨거운 열정으로…김설지 씨 ‘베토벤 성악곡전집(원문-한글 대역)’ 펴내
다시 한 번 뜨거운 열정으로…김설지 씨 ‘베토벤 성악곡전집(원문-한글 대역)’ 펴내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3.11.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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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은 주로 기악곡을 많이 작곡했지만, 많지 않은 성악곡 역시 대단히 서정적이고 깊이 있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다. 그는 가곡을 작곡하기에 앞서 시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자신의 음악세계를 충분히 담아낼 만한 작품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한 뒤 선택했다. 이전의 다른 음악가들과는 뚜렷하게 차별화가 이루어지는 베토벤의 지극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성악곡에 더욱 깊은 감명을 받게 되는 이유다.

 전주 출신 김설지 씨가 다시 한 번 일을 냈다. 뜻을 알지 못해 원곡의 참맛을 느낄 수 없어 답답했던 응어리를 풀듯, 베토벤의 모든 성악곡 원문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베토벤 성악곡전집(모뉴먼트·4만4,000원)’은 원문과 한글을 대역으로 편집해 성악 전공자들과 감상자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배치해 놓았다. 3년 전에 출판했던 ‘독한대역 슈베르트 가곡전집’의 자매편이라 할 수 있다.

 베토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인간승리를 이룩한 영웅적 이미지가 강하다. 웅장하고 엄숙한 음악으로 교향곡와 협주곡, 피아노 소나타, 실내악 등에서 두드러진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성악곡 역시 과연 베토벤 특유의 음악세계를 거침없이 표현해 후학들의 성악곡 제작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다만, 슈베르트에 비하면 작곡된 가곡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이 책에서는 가곡 외에도 오페라, 칸타타 같은 성악곡을 모두 함께 수록해 두었다.

 하나뿐인 오페라의 경우 초판본 ‘레오노레’와 2차 개정판인 ‘피델리오’를 함께 담았다. 두 작품을 비교해 보면, 아리아와 관현악곡은 모두 똑같지만, 대화 부분은 연주자에 따라 약간씩 다른 점이 있어서 감상에 불편이 생길 수 있으므로 번역의 원본을 명기해 두었다.

 그리고 ‘4개의 칸타타’, ‘1개의 오라토리오’, ‘4개의 극수부음악’, ‘2개의 미사곡’, ‘가곡’, ‘중창 및 합창곡’, ‘민요’, ‘한 줄 내지 서너 줄 짜리 카논’, ‘음악적 농담’까지 빠짐없이 찾아내 실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년 동안 드러나지 않아 2013년에야 발견되어 초연되었던 가곡까지 담았다.

 작품마다 붙인 해설을 통해서는 작품을 쓰게 된 시대적 배경이라든가, 작곡 의뢰인과의 관계, 작품 탄생 비화 같은 것을 엿볼 수 있다. 민요 속 각 나라의 낯선 지명이나 가사 내용의 역사적 배경 같은 것을 ‘역주’로 달아 놓았다. 독일어보다는 기타 언어로 된 시를 사용한 것이 더 많아 애를 먹기도 했으나, 독일어 부분은 안삼환 서울대 명예교수가, 영어 부분은 ‘슈베르트 가곡전집’을 감수했던 강용식 음악학 박사, 류현주 모뉴먼트 사장이 감수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설지 씨는 “베토벤의 생애라든가, 그의 악곡에 대한 연구논문과 저술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원시-한글 대역 베토벤 성악곡전집은 아직까지도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저와 같이 보잘 것 없는 사람에게도 깊은 위안과 삶의 길잡이가 되어 준 베토벤의 ‘가사 붙은 성악곡’이 빠짐없이 수록된 이 책은 ‘베토벤 성악곡 사전’과 같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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