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23 - 곰과 작은 새/유모토 가즈미
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23 - 곰과 작은 새/유모토 가즈미
  • 김헌수 시인
  • 승인 2023.11.0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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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짝 친구인 작은 새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진 곰이 보인다.

 “어느 날 아침, 곰은 울고 있었어요. 단짝 친구인 작은 새가 죽었거든요.”

 어제까지 같이 있던 새가 세상에 없다는 진실이 버겁기만 한 곰, 곰은 작은 새를 예쁜 상자에 넣고 집안에 틀어박혀 슬픔의 시간 속으로 빠져든다. 숲속 동물친구들은 곰에게 말한다.

 “곰아, 이제 작은 새는 돌아오지 않아, 마음이 아프겠지만 잊어야지.”

 하지만 곰은 아직 작은 새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작은 새를 넣어둔 예쁜 상자를 항상 들고 다니지만, 그걸 본 숲속 친구들은 이제 그만 잊으라고 이야기 한다. 슬픔에 빠진 곰에게 상처가 되었을 말들, 친구들의 위로에 도리어 마음의 문을 닫고 만다.

 오랜 시간 작은 새의 죽음 속에 문을 잠그고 있던 곰은, 어느 날 문득 밖으로 나온다. 들고양이를 만나게 되는데 들고양이는 숲속 친구들과 달랐다. 죽은 작은 새를 잊어버리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픔을 그냥 덮어버리거나, 빠르게 정리해야 할 감정이 아니라고 애써 말해 주었다. 지우기보다는 천천히 받아들이며 그 과정 속에서 토닥이며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넌 이 작은 새랑 정말 친했구나. 작은 새가 죽어서 몹시 외로웠지?”라며 위로를 건넨다.

 곰과 작은 새를 위해서 들고양이는 연주를 한다. 곰은 연주를 들으며 작은 새와의 일들을 추억한다. 작은 새의 다친 꽁지를 싸매주었던 일들, 부끄러워했던 표정, 행복했던 일들과 함께 했던 날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작은 새가 지금도 여전히 소중한 친구라는 걸 알게 된다. 그렇게 작은 새의 죽음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슬픔과 아픔을 극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슬픔을 존중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영원히 함께 할 거라 생각했던 작은 새의 갑작스러운 죽음, 그 죽음을 마주하고 아름답게 떠나보내는 곰의 모습에 울컥했다. 작은 새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겪는 곰이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면서 다시 세상 앞으로 나오는 감동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곰과 작은 새>는 사랑하는 무언가를 잃어 본 슬픔 앞에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불쑥 튀어나오는 상처를 싸매며 공감하는 경험을 가지게 한다. 검은 톤으로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곰의 마음을 느껴볼 수 있다. 아픔이 가득한 곰의 눈, 축 처진 등과 힘없는 걸음걸이에도 슬픔이 묻어있다. 온통 검은색이던 장면과 작은 새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의 분홍색은 둘의 우정을 곱게 표현한 것 같다.

 우리의 삶은 많은 상실과 이별의 아픔을 마주하며 산다. 아이들이 경험했던 헤어짐의 의미를 들춰보았다. 소아암으로 투병하던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던 날을 잊을 수 없다는 유진이, 키우던 강아지가 떠났던 날들이 선명하게 기억난다는 성수, 축구장에서 잃어버린 운동화가 떠오른다는 현우,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고, 자주 보던 사람이 보이지 않고, 멀리 이사를 가거나,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떠나버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했다.

 <곰과 작은 새>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방식과 슬픔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별은 힘든 것이고 누군가의 슬픔에 고개를 끄덕여주며 위로하는 마음, 단단하게 사는 씩씩함을 나눠보았다. 살아가면서 맞게 되는 크고 작은 헤어짐, 깊은 마음을 주었던 사람과의 이별이라면 그 슬픔을 헤아리기 힘들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곰과 들고양이 음악단’이 세상 어딘가를 돌다가 우리들 곁으로 오는 상상을 해보면서, 상실감을 극복하는 곰의 다짐을 적어보았다.

 “나 이제 울지 않을래. 작은 새는 앞으로도 계속 내 친구니까.”

 

 김헌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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