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남원 가야고분군, 미래가치 창출하자
세계유산 남원 가야고분군, 미래가치 창출하자
  • 천선미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 승인 2023.11.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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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미 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지난 9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전라북도 남원시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 결정됐다. 필자도 한국대표단의 일원(전라북도 대표단장)으로 리야드 현지에서 남원 가야고분군의 세계사적 의미의 중요성을 회원국 대표단들을 대상으로 홍보전을 펼쳤다. 현장에서 ‘대한민국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으로 최종 등재 결정됐음을 알리는 의장의 발표문이 울려 퍼지는 순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한국대표단 전원은 누구랄 것 없이 동시에 감격의 환호를 외쳤다.

 세계총회에는 전 세계 30여 개국이 신청한 총 37건의 등재 후보에 대한 심의가 이뤄졌다. 한국대표단을 비롯해 신청국가 대표단들은 ‘등재 결정’이란 최종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치열한 홍보전을 펼쳤다. 한국대표단은 가야고분군이 가지고 있는 세계사적, 역사문화적 가치와 세계유산으로서의 보존 및 발전시켜야 하는 당위성과 의무성을 설파했다.

 한국 가야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첫걸음은 2013년 잠정목록 등재에서 비롯된다. 이때는 경상도 지역에만 국한됐다. 그러나 2018년 전북 남원 가야고분군이 ‘한국 가야고분군’에 확대 지정됐고, 이후 5년의 노력 끝에 2023년 9월 17일 세계유산 등재 결정을 이끌어 내게 되었다.

 ‘전북 가야고분군’은 경상도 지역 가야고분군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세계유산으로 함께 지정된 경남 5개소, 경북 1개소 고군분은 대부분 발굴조사가 완료되고 전시관 건립 등 주변정비가 완료된 상황이다. 그러나 전북 가야고분군은 지정받은 시기를 비롯해 세계유산목록에 추가 편입된 점, 유적전시관 및 정비사업이 이제 이뤄지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경상도 지역의 가야고분군보다 5년 늦게 조명받은 후발주자다.

 전북지역에서 ‘가야’라는 정치체가 처음으로 언급된 것은 1980년대 초 남원지역 월산리고분군 발굴조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가야하면 신라와 백제 사이에 위치한 경상도 일원의 연맹체로 인식해왔다. 전북 동부지역의 가야문화유산은 고령 대가야의 영향을 받은 변방문화로 평가 절하되어 왔었다.

 그러나 1989년 남원 두락리고분군에서 출토된 위세품을 비롯해 대규모 고분군, 봉화, 제철 유적 등은 변방문화가 아니라 대가야의 한 연맹체였다는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 다시 말해, 남원 운봉지역에 존재하는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가야연맹체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독립된 정치체였음을 입증한 것이다. 나아가 경상도 지역의 정치체들과 함께 결속력과 상호 자율성을 인정하는 수평적 관계를 형성했던 것이다. 남원 가야 정치체는 백제, 신라와 병존하면서 교섭을 통해 한반도 고대 동아시아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고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기여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남원 가야고분군의 문화적, 역사적 가치는 세계유산 등재요건에 부합했다. 전북 가야사 연구자들의 집념과 연구를 통해 40여년만에 결실을 이룰 수 있었다. 세월에 묻혀 잃어버릴 뻔한 전북가야사를 인류가 영구 보존할 세계유산으로 탈바꿈시킨 연구자들의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전북에 주어진 과제는 이제야 홍보관 건립 등 주변정비를 추진하고 개별 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후발주자인 남원 가야고분군을 어떻게 가꿔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역사유적지로 탈바꿈시켜 나가느냐다.

 2024년은 호남의 서자 ‘전라북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전북특별자치도’로 새롭게 태어나는 원년이다. 새로운 시대와 발맞춰 전북특별자치도가 가야고분군을 비롯해 보유하고 있는 5개의 세계유산을 ‘세계인이 사랑하는 세계유산’이 되도록 다각도로 홍보하고 가치발굴에 지혜를 모아나갈 계획이다.

 천선미<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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