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받지 못한 손님
초대받지 못한 손님
  • 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 승인 2023.10.30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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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1970년대 많은 국민이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 정부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미국에서 양식용 물고기를 수입해 온다. 이렇게 배스는 우리나라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손맛’을 느끼고자 하는 일부 낚시꾼들이 배스를 하천과 저수지에 무분별하게 방류하였다. 왕성한 식성과 번식력으로 토종 생태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법자가 인간의 무지와 욕심에 의해 해방된 것이다.

 배스만이 아니다. 현재 늑대거북, 미국가재, 가시박, 양미역취 등 다양한 외래 생물이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외래종의 침입에 따른 피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8월 하와이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표적이다. 하와이는 불에 잘 타는 풀인 기니그래스 등의 외래종이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산불에 취약한 섬이 되어버렸고, 조그만 불씨는 곧 참사로 이어졌다. 한편, 귀여운 외모로 일본과 유럽에 수출된 한국 토종 다람쥐는 전염병의 숙주로 밝혀져 유럽 전역에서 퇴치 대상이 되고 있다. 꿀벌의 천적인 장수말벌 역시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퍼지며 양봉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외래종이 생태계에 퍼지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 시작은 사람이었다. 반려 생물로 들여와 사육하다 버려진 외래종은 성장 속도가 빠르고 번식능력이 뛰어나 단기간에 확산된다. 아울러 기후변화에 따른 서식지의 환경변화도 외래종이 토종 생태계에 뿌리내리는 데 한몫을 한다.

 외래종의 침입은 전염병의 확산, 식량자원의 고갈, 산불 등 다양한 형태로 지구촌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 발표에 따르면 외래종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1970년 이후 10년마다 4배씩 증가해 연간 560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외래종으로부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1998년 황소개구리, 배스, 블루길 3종을 시작으로 현재 37종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706종을 유입주의 생물로 지정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또한, 외래종이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전국 실태조사와 함께 교란생물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한편, 생태계에 위협이 큰 생물에 대해서는 방제, 퇴치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조사결과(2022년)에 따르면 전북지역에는 23종(동물 11종, 식물 12종)의 생태계교란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전북지방환경청에서는 지역사회와 함께 배스, 미국가재, 가시박, 양미역취 등 교란종 제거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옥정호와 용담호에서 큰입배스와 블루길을 27t, 완주군 일원에서 미국가재 2,366마리, 도내 전역에서 가시박·양미역취·환삼덩굴 219만㎡를 제거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다양한 외래종이 ‘반려생물’이라는 명목으로 꾸준히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 동시에 겉모습만 보고 입양했다가 책임지지 못하고 유기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외래종을 사육하는 사람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중요한 이유이다. 생태계교란 생물 중 대부분은 인간에 의해 버림받고 자연에서도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다. 생태계에 대한 올바른 시각으로 불청객이 차지한 불편한 자리를 줄여나가야 할 때이다.

 송호석<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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