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예산 삭감과 삭발 투쟁
새만금 예산 삭감과 삭발 투쟁
  • 윤준병 국회의원
  • 승인 2023.10.29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준병 국회의원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하니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요.’

<효경(孝經)>에 실린 이 구절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는 예로부터 부모님께 물려받은 터럭 하나까지도 소중히 간수하는 것을 중요시했다.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며 내렸던 단발령(斷髮令)에 대해 선비들이 차라리 목을 내줄지언정 부모로부터 받은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고 버텼던 이유다.

정치권에서 삭발은 단식 투쟁과 함께 야당이 정부·여당에 맞설 수 있는 최후 수단으로 꼽힌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시각적 효과’ 때문에 정치인이 결기와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활용해 왔다.

올해 시작은 지난 3월 윤재갑 의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에 반대하며 삭발을 감행하면서부터였다. 이어 지난 4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가 유력시되자 규탄대회를 열고 농해수위원들이 삭발에 동참했다.

전북 정치권에서도 정부가 내년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5,000억원 이상 삭감하자 ‘삭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새만금 개발은 국책사업이며 현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새만금 기본계획 반영은 물론 새만금위원회 결정에 포함된 계획임에도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7일과 12일엔 각각 국회와 세종시 기획재정부 앞에서 필자를 포함해 도내 민주당 지역위원장 9명이 삭발 투쟁에 가세했다. 전북도의원의 경우 현재까지 전체 39명 중 23명(59%)이 머리를 깎았다.

또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24일 전북도청 국감장 앞에서는 전북도의원 30여 명이 ‘새만금을 살려내라’, ‘전북 홀대 규탄한다’라고 적힌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새만금 예산 복원을 촉구하는 침묵시위를 했다. 도의원 절반은 이른바 ‘까까머리’였다.

이러한 삭발 투쟁에 대해 “사라져야 할 구시대 유물”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삭발만큼 잘못된 결정에 항거하거나 분노의 강도를 표현할 방법이 많지 않다. 새로운 결기를 다지는 수단도 드물다.

필자도 40년 만에 삭발을 했다. 그동안 익숙했던 머리 모양을 버리고 중고 시절의 머리로 돌아간 것이다. 이는 금번 투쟁에 동참한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필자에게도 전라북도인으로서의 분노, 항거의 표현이자 새로운 결기의 다짐이었다. 정의와 상식을 위해 싸우겠다는 표현이었으며, 전라북도가 더 이상 정부의 봉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머리를 자르면서 국회 단계에서 새만금 SOC 예산을 반드시 복원하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졌으며, 의지를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삭발을 통해 다짐했던 내용을 만들어낼 시점이 됐다. 국정감사 기간인 지난 18일에 필자는 국주영은 전북도의장 및 전북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면담한 뒤 입장문을 전달했다. “새만금 SOC 예산 복원 없는 예산 심사 불가 입장을 당론으로 채택해 달라”는 도민들의 간절한 호소를 전했다.

또한 국정감사를 통해 새만금 사업예산 대폭 삭감의 잘못된 점들을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했다. 농해수위 국정감사를 통해 농생명용지 조성, 농업용수 공급, 가력선착장 확장 등 새만금 내부개발 사업예산 삭감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회 예산심의가 시작된다. 국회 예산심의에 맞춰 범도민 상경 궐기대회도 예정돼 있다. 전북도의회와 전북애향본부, 전북변호사회, 전북건설협회, 전북노인회 등 37개 단체로 구성된 전북인 비상대책회의는 11월 7일 국회 앞마당에서 도민 5,000명 가량이 참가한 가운데 새만금 사업 정상화를 촉구하는 대정부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분노와 결기의 표현, 저항의 의미로 시작된 삭발이지만 도민들의 기대에 미진한 결과가 나올 경우 ‘쇼’로 혹평 받을 것이다. 필자와 지역 국회의원들 모두 원팀을 이뤄 국회에서 새만금 SOC 예산 복원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윤준병 <국회의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