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사회, 화를 풀자!
분노사회, 화를 풀자!
  •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 승인 2023.10.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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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전북교육청 부교육감<br>
황호진 전북대 특임교수/前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래 어떤 모습이었을까. 서산 마애삼존상 등에 나타나는 백제인의 서글서글한 눈매와 해맑은 미소가 우리 민족의 원형은 아닐까? 일상의 고단함과 슬픔조차 푸근한 미소로 풀어낸다. 그렇게 고운 미소가 이제 사람들 얼굴에서 사라져간다.

분노에 가득 찬 선생님들이 생존권을 걸고 전국에서 길거리로 나섰다. 수없이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표현조차 할 수 없었던 선생님들에게서 처음 보는 광경이다.

새만금잼버리에 엉뚱한 책임을 묻는 것인지 내년도 전북예산이 전방위로 싹둑 잘려나갈 모양이다. 중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다가오는 경제한파에 몸이 오그라든다. 타오르는 분노가 비수처럼 심장에 꽂힌다.

사회 전반에 분노가 팽팽하여 언제라도 건들면 터질 것 같다. 각자의 마음에 가득한 상처와 불만이 폭발할 여건들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사회 전체가 집단우울증에 빠져 있는 듯하다.

분노는 본래 외부 위협에 맞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본능이다. 현대사회에서 분노는 자신의 생각이나 관념의 유지가 방해받을 때 일어난다.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폭압에 대한 정의로운 분노가 군사독재를 극복해 냈다. 이런 정당한 분노가 2016년 대통령을 끌어내리기도 하였다.

독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복종할 줄만 알고 반항할 줄 모르는 인간은 노예이다. 반항할 줄만 알고 복종할 줄 모르는 인간은 반역자이다”라고 했다. 반역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자기 분노에만 사로잡힌 사람으로, 이런 반역자는 해결 불가능한 증오만을 양산한다.

반항자는 정당한 관념에는 복종하고, 부당한 관념에는 반항할 줄 아는 사람이다. 중산층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미국·영국에서는 불의와 불법에 저항할 수 있어야 하며, 프랑스에서는 사회적 분노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전북예산 전방위 삭감,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홍범도장군 흉상철거 등에서 상식이 거부되고 있다. 우리가 정당한 관념을 가졌다면 부당한 일에 분노하고 불의에 저항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은 앞장서 도민의 거대한 분노를 대변하고 단합된 저항을 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전북 지역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도민들의 분노는 내면에서만 부글부글 끓고 있다.

우리의 분노는 일차적으로 정부와 공권력,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다. 공적 기관이 공익의 수호자로서 서민을 보호하고 약자의 기본권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 분노를 해소하려면 경찰, 검찰, 국회, 관공서 등의 공적 기구가 낡은 조직문화를 버리고 국민의 안전과 인권, 진실과 정의를 지켜주는 주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간 분노는 상대의 부당함을 징벌하는 ‘응보적 분노’가 아니라 상황을 개선하는 ‘이행 분노’로 바뀌어야 한다. 편가르기와 악플과 같은 가학적 행태를 멈추고, 동료시민에 대한 경의와 배려가 앞서야 한다.

젊은 세대의 개인주의는 타자와의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로 전환되어야 한다. 개개인은 연대 속에서 역할을 강요받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발휘하는 능동적 존재이다. 정치참여, 봉사활동 등 타자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수행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분노를 덜어내야 한다. 고립·은둔 청년의 분노와 좌절을 해소하고 사회에 복귀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순간적으로 욱하여 잔혹한 범죄를 저지르는 분노조절장애는 과잉보호, 아동학대, 상대적 박탈감 등에 기인한다. 자녀들이 유아기부터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자기를 통제하도록 지도하여 욕구좌절을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정교육을 포함하여 인성교육이 더 중요해진다.

부당한 현안에 분노하는 것은 내면에 쌓여가는 분노를, 화를 풀어내는 일이다. 분노의 해소는 교육과 학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호진<전북대특임교수/前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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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선 2023-11-01 09:12:23
아주 심금을 울리네요
배려와 존중과 타자와의 화합 우리사회가 그렇게 나아가 분노가 조절 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