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기에 바라는 것들
쉽지 않기에 바라는 것들
  • 문리 연석산우송미술관장
  • 승인 2023.10.23 15: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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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리 연석산우송미술관장

 벗이란, 서로를 기꺼이 인정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상대편에 서서 편들어 주는 거다. 그래서 다산 정약용 선생은 『논어』에서 ‘벗이(붕朋) 멀리서 찾아온다’는 구절을 두고 서로 의사가 합치되는 사람, 함께 바른길을 가는 이를 벗이라 했다. 김종대·박인현·안봉주. 이들은 전주고등학교에서 동문수학했다. 그때 인연으로 50여 년간 한결같은 우정으로 항상 편들어 주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서 동행한 오랜 벗이다.

 오는 11월 3일까지 열리는 『세친구 동행』 展은 서예·회화·사진에서 일가를 이룬 예술가를 초대한 기획전시이다. 저마다 명징한 작품세계는 묵은장 맛처럼 깊다. 연석산우송미술관은 우송 박인현 선생이 아름다운 동상골 절경과 단애(斷崖)가 절묘하게 맞물려 있는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젊은 미술학도에게 창작발표 공간을 제공하면서 동상골 사람들과 예술을 나누기 위해 설립했다. 미술관은 우송 선생의 귀한 뜻을 이어 미술가들이 체류하면서 창작하고 발표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과 지역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계속해갈 거다. 이번 전시에 초대 출품한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거칠게 기술해 보자.

 수암(樹菴) 김종대(金鐘大) 선생의 서예는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은 검소함과 물러서지 않는 당당함이 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는 중봉으로 강한 필세를 세우고 세파에 저항하며 자신을 견고하게 세웠다. 묵묵히 지켜보고 가슴 속 깊이 삭이면서 느긋하게 아그똥한 기질로 피워낸 수작이다. 한편으로, 서예화(書藝畵)에서는 편안하게 풀어헤쳐 놓은 여유와 재치 있는 감각으로 친근한 인사와 농담을 건네고 있다.

 우송(雨松) 박인현(朴仁鉉) 선생은 1980년대 수묵화운동의 총아로 우산을 변용해 자연의 기운생동과 인간의 생로병사·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유명한 화가이자 교육자이다. 는 신화·종교·역사·미술 이야기가 담긴 사과 형상 속에 힘차게 뻗어 내리는 폭포를 더해 도도한 역사의 흐름과 강인함을, 춘하추동 연작에서는 계절의 순환에 따른 생명감을 표현했다.

 다동(茶童) 안봉주(安鳳柱) 선생은 ‘사진은 기록이다’는 명제를 실천함으로써 기록의 힘을 증명하고 있다. 깊은 심도의 앵글로 환영을 절제하면서 진실에 다가선다. 그래서 단단하고 매력적이다. <아, 백제>. 미륵사지 석탑은 석양 노을이 백제 무왕의 서러움과 한을 포착했고, 왕궁리 오층석탑은 광활한 벌판과 드넓은 하늘이 맞닿아 있다. 광야에 서서 한 줌 흙을 움켜쥔 결기와 꿈. 그 꿈이 살아나 12명 걸출한 예인과 장인의 주름과 웃음 속에 흐르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따뜻한 마음을 함께 가진 세상에서 살길 원한다.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면, 냉철한 지성만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고통을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사는 동안 이것을 실천해 가는 것이 쉽지 않기에 누구나 바라는 것이리라. 이것을 해내면서 사는 게 벗이고, 서로 나누는 정이 소중한 거다. 그래서 세 친구의 우정과 작품이 더 빛난다.

 미술관은 전주역에서 차량으로 25분 거리에 있다. 화심삼거리에서 밤티재를 넘는다. 밤이 많아 이름한 밤티재는 가을 정취가 일품이다. 가을 단풍이 한여름의 땀 내음을 털고 붉게 물드는 지금. 재를 넘으면 나목(裸木)에 매달린 감이 백미다. 곶감으로 유명한 동상골의 멋이다. 이 가을이 더 저물기 전에, 깎아진 절벽에서 물꽃이 피고 그 아래 고요한 물이 담겨있는 곳. 이곳을 찾아 미술작품을 감상하고, 잔잔한 물을 바라보며 마음 때를 씻어보자.

 문리 연석산우송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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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023-10-23 22:43:59
불교나라 일제잔재가 전주고, 군산고나 긱종 실업학교, 여고등인데, 해방되고 나서, 이승만 대통령이 삼강오륜의 유교나라로 살자고 하여, 학교교육이 유교교육이 주류가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