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윤석열 정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윤석열 정부
  • 신영대 국회의원
  • 승인 2023.10.18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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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대 의원
신영대 의원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에 ‘횡재세 도입’ 논란이 있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유사가 어부지리 이익을 취했다는 이유에서다. ‘횡재세’란 정상 수준을 넘어선 이익을 얻은 기업에 그 초과분을 대상으로 일시적 추가 징수하는 소득세를 말한다.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 도입이 급물살을 타자, 정부는 지난해 9월 민생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시행했다. 게다가 인하분이 정유사·주유소 등 업계 마진으로 일부 흡수됐다는 주장을 이유로 정유사가 주유소에 파는 도매가격을 공개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정유사 직원들은 기본급의 1,000%가 넘는 성과상여금 대잔치를 벌였다. 그에 반에 에너지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정유4사의 기부금은 고작 360억원에 그쳤다. 언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생색을 냈다.

국제 유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되는 기름값으로 우리 국민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다. 1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진척이 없다. 2023년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국민의 삶과 직결된 기름값을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방문규 산업부 장관에게 석유 도매가 공개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시행령 개정에 소요되는 기간이 평균 한달 남짓이고 법제처의 가이드라인도 90일인데, 365일이 지나고도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점부터 지적했다. 장관은 이해관계자들과 의견수렴 과정이 길어진다고 답했다.

정유사가 주장하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받은 법률자문에 따라 영업비밀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암묵적 담합이 형성돼 있는 석유시장의 가격안정화를 위해서는 공급가격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의원실에서 입수한 산업부가 정부법무공단이 아닌 민간 로펌에 의뢰해 받은 법률 내용 전문을 공개했다.

게다가 시행령 개정에 서두르지않는 이유를 묻는 의원실 서면 질문에 산업부는 ‘유가가 안정화 됨에 따라 관련 논의 계류중’이라며 답하며 방관하고 있는 행태를 밝혀냈다.

석유 도매가격 공개는 윤 정부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과 2011년에도 도매가 공개 정책이 추진됐으나, 그때 역시 정유사 반대로 무산됐다.

지금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석유가격 도매가 공개 시행령 안건을 논의하는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의 경제1분과위원회 민간위원 프로필을 받아보니 알 수 있었다. 기업인 출신이 위원장을 맡았고, 대한상공회의소 임원과,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경제학과 교수 등 친기업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중시하는 입장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위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오를 땐 5G, 내릴 땐 2G’라는 말이 있다. 유가가 오르면 주유소 가격도 즉각 오르는데 국제 유가가 내려갈 때는 주유소 가격이 더디게 내려간다는 것이다. 수 십년 간 독과점 체제를 유지해온 정유시장을 더 이상 두고만 봐서는 안된다.

경제와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책임은 현 정부에게 있다. 민생 앞에서 기업의 영업권이 우선될 수 없다. 국민이 없으면 국가가 없는 것과 같이 소비자가 없으면 기업도 없다.

신영대<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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